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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넷플릭스는 공짜점심 좋아하나
2022-03-30 06:00:00 2022-03-30 06:00:00
요즘 뜨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의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싼 공방이 진행중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양사는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넷플릭스는 SKB가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양사의 공방은 시작됐다. 넷플리스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승복하지 않고 항소심까지 끌고 갔다. 넷플릭스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OCA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도 SKB가 콘텐츠 전송 의무를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의 데이터 임시 서버와 회선으로 구성된 솔루션인 오픈커넥트(OCA)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맞서 SKB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망 구축과 유지에 비용을 내니, 이 망을 사용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분쟁하는 두 당사자의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한 전문가가 나름대로 결론을 제시했다. 
 
지난 26일자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의 통신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지불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양면시장이라는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카드 이용자에게 가입료와 수수료를 청구하는 동시에 가맹업체들에게도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넷플릭스 같은 기업 고객이나 최종 이용자는 인터넷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 사용자로서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사실 양자의 다툼은 오늘날 통상적인 상거래의 상식, 아니 태고 이후 내려온 상거래의 상식에 입각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주장에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실 SKB의 전송의무라는 것은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낼 때 발생한다. 망을 이용하는 기업이  사용료를 내면서 확실한 품질을 요구할 권리도 생긴다. 그렇지만 사용료를 내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거래의 상식에 거역하는 일이다. 
 
더욱이 넷플리스는 자신들이 내보내는 컨텐츠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비용을 징수한다. 소비자들로부터 그런 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망사업자의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으로 독자적인 전송망을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SKB의 설명대로 콘텐츠 전송에 필요한 인터넷망을 구축·관리하는데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CP들에게도 소정의 망 이용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홈쇼핑업계는 적지 않은 송출수수료를 낸다. 지급대상자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나 유선방송사업자(SO)들이다. 업계는 송출수수료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넷플릭스가 응당 감당해야 할 비용조차 거부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공짜점심을 계속 먹겠다고 하는 심리 아닌가?  
 
넷플릭스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한국이 인터넷망을 만들고 전국민이 즐길 수 있게 된 데는 단순히 SKB의 투자와 비용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세금과 한국 정부의 재정투자도 한몫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구축된 인터넷망을 무작정 공짜로 이용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다. 한마디로 선진국 기업답지 않게 비루한 일이다. 
 
SKB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아직 두 당사자만의 다툼에 머물러 있다. 일반 소비자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런데 갈등이 장기화되고 넷플릭스가 공짜점심을 누리려고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소비자들 사이에 상식을 거역하는 회사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말고도 적극적인 OTT 회사가 국내외에서 속속 등장한다. 그러니 넷플릭스는 다툼을 너무 길게 끌고가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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