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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재계와 첫 회동…규제개혁 한목소리
당선 11일 만에 재계와 도시락 회동…"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패러다임 전환"
"기업이 성장해야 경제성장 가능…기업운영 방해하는 요소 제거하겠다"
'위험의 외주화' 언급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만 요청하기도
2022-03-21 15:14:05 2022-03-21 15:14:0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계 단체장들을 만나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걸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규제·노동개혁,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을 건의했다. 법의 도입 취지인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자성은 없었다. 윤 당선인이 재계를 만난 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21일 낮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는 제가 말을 하는 것보다는 경제계에 계신 분들의 애로사항이나 바라는 점을 듣기 위해 모신 것"이라며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면서 뒤에서 돕고,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면서 투자도 하고 (그렇게)기업이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경제 5단체장과 점심 도시락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은 "경제 성장이라는 게 쉽게 말하면 소득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은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하며 성장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의)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게 최우선"이라고도 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개혁들을 추진하며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재계는 윤 당선인의 '민간 주도형 경제 패러다임 전환' 의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규제·노동개혁, 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등을 요청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세계는 빠르게 발전하고, 디지털 기술 혁신이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 성장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급격한 변화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국내 투자 활성화, 신산업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성장과 번영을 지속하려면 시장경제 활력이 중요하다"며 "기업·창의·혁신 DNA를 마음껏 발현할 수 있도록, 도전적으로 신산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조를 맞췄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것을 개선해 외국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안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정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시장경제 활성화도 좋지만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경쟁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바이오 등 전략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고 발전하고 있지만 조금 더 과감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있고 미래 인프라 구축, 산업 혁신 전략 등에 민간이 관여하면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전략적 차원에서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물류시장이 급속도로 반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무역계의 큰 위협"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선박·항공 등 국가 물류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이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각별한 관심 갖고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석열 당선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중소·중견기업도 고충을 토로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언급,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매출은 반의 반 정도"라며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520만원이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월급은 2분의1도 안 된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대기업보다는 (대기업의)하청을 맡는 중소기업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1년에 300~400개의 중견기업이 새로 생기는데, 대기업 클럽으로 가입시키는 게 목표"라며 "(성장기에는)새로운 기술·인력·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회사, 젊은 기업인과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기업이 규제와 갈라치기 분위기 속에 마음껏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됐는데, 이제는 기업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기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으로 가동되게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과 노동계와의 간담회도 예정에 있다며 "윤 당선인은 기업과 노동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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