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리의 입장
입력 : 2022-03-22 06:00:00 수정 : 2022-03-22 06:00:00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미국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석좌교수(시카고대학)는 지난 3월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력 팽창 탓”이라고 언론에 기고하였다가 미국 다수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호기라고 생각한 러시아가 이를 SNS에 퍼날라 비판을 가중시켰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는 지난 2007년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미중 패권경쟁의 시대’에서 방어주의를 뛰어넘는 이른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가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규범이나 도덕이 아니라 힘과 국가이익이다. (…) 국제체제는 실제 무정부 상태이다. (…) 강대국들은 세력균형에 그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을 압도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추구한다.” 이쯤 되면 전쟁과 평화의 법을 논하는 국제법학자들이 무색해진다.
 
미국 언론사들은 이러한 정치철학을 논하는 미어샤이머 교수에 대하여 “미국의 자유주의를 지지하지 않고 악의 근원인 푸틴을 돕는다”느니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국 언론도 일부 논객을 제외하고는, 같은 맥락을 취하였다.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펼쳐졌다면 국가보안법이 발동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국제정치의 실상을 냉정하게 간파하였다. 자유주의는 우리 대통령 당선인이 주창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여 신정부의 입장이 관심을 끈다.
 
그러던 중에 영국의 가디언이 지난 19일 미어샤이머 교수의 NATO 팽창론을 다시 올려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NATO 팽창은 울고 싶었던 푸틴을 넘어뜨린 셈이다.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나 외환보유고 또는 급전직하 경제사정을 보라. 전쟁의 원인이야 어디 NATO 팽창뿐이겠는가. 전쟁이 일어난 마당에 “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가”보다 전쟁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시급하다. NATO와 러시아의 틈바구니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국제협약을 통한 중립국화가 바람직스럽겠으나 이는 전후의 해법에 속한다.
 
‘정당한 전쟁(just war)’에 관하여서는 고전의 가르침이 있다. 가톨릭 신학을 대표하는 교부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평화주의자였지만, 물리적 힘에 의하여 중단되어야 마땅한 중대한 악행에 당면하여, 평화 속에 안주함은 죄라고 말씀하셨다. 정당한 전쟁을 옹호하였던 그는 ‘신국론’에서 “정의롭지 못한 행위에 맞서 합법적 권능에 따라 승인되는 자력이나 타력에 의한 방어는 불가결하다”고 썼다. 이 가르침은 ‘타력에 의한’ 정당방위를 담고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그러나 평화유지가 외려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게 만든다면 자가당착이다.
 
타국간 전쟁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하여서는 타산지석이 있다.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미국 부시 정부는 탈레반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같은해 10월 NATO 등 동맹국과 아프간으로 진격하였고, 한국에도 파병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그해 12월 수송 담당할 해성부대와 청마부대를 보냈고, 다음해 2월에는 의료지원단 동의부대를 보냈다. 한국은 2007년 12월 아프간에서 군부대를 철수했다. 한국은 아프간에게 공적개발원조(ODA)도 베풀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에게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파병비용을 빼고 총 10억400만달러(약 1조1790억원)를 지원하였다. 한국은 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나토의 아프간 군경 훈련과 유엔 등 국제기구의 경제사회개발사업에 7억2800만달러를 썼다. 한국은 아프간 재건 노력에 20년간 동참하였지만 서방의 ‘아프간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프간에 대한 파병은, 전투부대가 아니라지만 당시 지적하였던 바와 같이, 우리 헌법 해석상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제5조제1항) 규정은 방어전쟁만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프간 사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미시적인 사안으로서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며 정부허가 없이 출국한 한국인 UDT 출신 이근 전 대위를 처벌할 것인가도 법률적 관심사이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낭만파 시인이었던 바이런 남작이 오스만 터키 제국에 대항하는 그리스 독립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할 때에는 영국의회의 승인이 있었다. “6?25 전쟁 당시 도와줘서 고맙다”는 이근 전 대위의 SNS 메시지는 역사적 오류이겠으나, 양심에 따른 자발적 참전까지 처벌함은 형법 상 정당방위 이론에 맞지 아니한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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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