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대선 패배 충격의 민주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린 가운데 윤호중 위원장을 향한 비토론 또한 여전하다. 원내대표로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필패한다는 우려도 커졌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년 전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다만 당시는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의 징검다리 역할이었다면, 이번은 지방선거 명운을 짊어졌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윤 비대위원장은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전 비대위원들과 함께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과 현충원 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반성하고 쇄신하겠습니다. 국민의 뜻 받들어 더 새로워진 민주당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썼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선 패배에 따른 국민들이 주신 메시지가 뭔지 잘 새겨서 민주당이 더욱 새로워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충원 참배로 비대위는 대내외에 공식 출범을 알렸지만 윤 비대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 일원으로서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맞냐는 비판에는 그 또한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가 당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친문과 비문 간 계파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다수다. 앞서 윤 비대위원장은 19대 대선 당시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를 보좌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에는 인수위원회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기획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부동산정책과 잇단 인사검증 실패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총장 시절 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에도 처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책임자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것은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이고 당의 분열도 재촉하게 될 것”이라며 “오만과 독선의 상징 중 하나가 위성정당 문제인데, 윤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 때 당 사무총장이었다. 1년 동안 원내대표를 하면서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 하나를 통과시키지 못했다.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함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고 윤 비대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노웅래 의원은 "대선 패배의 대표적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윤호중)원내대표가 다른 사람들은 전부 총사퇴하고 혼자만 남아 돌려막기 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진영과 패권정치의 합작물"이라고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 의원 등에 따르면 윤호중 비대위를 추인하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40명 가까운 의원들이 발언대에 서 비대위에 대한 우려와 엄호로 맞섰다. 의원들 대부분이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내홍이 격화될까 우려에 일단 비대위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간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나섰다. 이들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윤호중 비대위가)제대로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2년 후 총선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윤 비대위원장이 ‘n번방 추적단’ 활동가 출신 박지현 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한 직후 입장문이 나왔다. 윤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서둘러 비대위 인선을 단행, 체제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치고 '반성하고 쇄신하겠습니다. 국민의 뜻 받들어 더 새로워진 민주당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한 보좌진은 “윤 비대위원장의 무게감 여부를 떠나, 대선을 패배로 이끈 지도부가 비대위원장을 연이어 맡으면 지방선거 승리와 우리 당의 쇄신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제대로 된 혁신과 쇄신을 위해서는 윤 비대위원장이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윤 비대위원장은)쇄신하고 거리가 멀다. 당권파의 얼굴 마담 격”이라며 “다만 행정상의, 공천상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을 못할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옹립한 친문 중심의 당권파와 비문이 격돌할 경우 극한갈등을 불러와 당의 분열만 재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부는 이 모든 책임의 중심에 "이해찬 전 대표가 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패배를 가져왔고, 2년 전에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선 사람이기도 해서 부적합하다”며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다른 비대위원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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