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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삼권 벤처협회장 "새 정부, 제2벤처붐 걸맞는 '판' 짜야"
제2벤처붐 확산에 중요한 시점…적절한 제도·규제환경 마련 시급
제조기반 혁신벤처 필요…전문역량 갖춘 부처·장관 기대
2022-03-14 06:00:23 2022-03-14 06:00:2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10일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을 만났다. 코로나19 여파 속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다녀왔다고 했다.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강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열변을 토했다. 한국도 제2 벤처붐이라는 성과에 취해 안도하기보다는 이에 걸맞는 제도와 투자환경을 조성해 투자열기를 이어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부가 '새 판'을 짜야한다고 했다. 
 
특히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신·구산업 갈등을 중재할 강력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플랫폼에만 치우치고 있는 일각의 '손 쉬운' 창업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조 기반 혁신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ICT 및 신산업 분야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기대를 표했다. (대담=김나볏 중기IT부장, 정리=이보라 기자)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이 지난 10일 서울시 금천구 포인트모바일 사무실에서 벤처생태계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스타트업 신설법인이 처음으로 12만개를 넘어서는 등 제2벤처붐이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 실적과 제2벤처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제2벤처붐을 확산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출자를 확대하면서 벤처투자업계에 자금을 지원한 결과 벤처투자 열풍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그 결과 정부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해 벤처투자가 활성화됐는데, 벤처 스케일업을 위한 규모 있는 투자를 위해서는 민간투자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소득세 등을 개선해 기업에 돈을 투자하면 세금을 우대해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금우대 정책으로 기업이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세금이 더 걷을 수 있을 것이다. 깎아줬던 세금보다 벌어들이는 세수가 더 많아질수 있을 뿐 아니라 이외에 정성적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대단할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몰려가지 않나. 장기적으로는 이와 반대로 가야 한다. 기업과 펀드 투자가 부동산보다 더 이익이 나야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한다.
 
투자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트렌드인 메타버스, 인공지능(AI,) NFT(대체불가능토큰) 같은 특정 분야에 자금이 쏠리고, 또 대상기업들도 내수에 국한되는 플랫폼기업이 많다.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한 유니콘을 배출하기 위해 추가로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까.
 
국내 유니콘 수가 빠르게 늘지 않는 이유로는 ‘스케일업’ 투자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벤처투자는 창업기업 초기투자, 신용대출 및 VC의 초기 투자에 집중되어 있어 다른 수준에서의 투자가 취약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까지의 연속된 지원이 부족하다. 
 
여러가지 벤처투자 주체 가운데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VC는 재무적 이익만 추구하지만 CVC는 사업적으로 연관되며 투자기업의 이익까지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포인트모바일(318020)만해도 아마존이 CVC로 참여하면서 기업가치가 3~4배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의 CVC를 통해 기업이 레벨-업할 수 있고, 유니콘기업까지 바라볼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VC와 해외 VC가 함께 기업에 투자하는 유연한 형태의 투자가 허용된다면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외 VC 및 CVC가 우리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하고, 제도를 바꿔야한다. 이들에게 한국기업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유니콘기업이 다수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신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환경 가운데서도 규제가 예측가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속도감 있는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규제개선, 왜 필요한가.
 
신산업의 탄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존 산업과 충돌로 인해 타다와 로톡 같은 신산업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 싱가포르 그랩처럼 차량호출 플랫폼이 떠오르며 소비자 편익은 커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신산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가 손해를 입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신산업과 기존 기득권이 신속하게 상생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신산업이나 구산업 당사자는 스스로의 갈등을 풀 수 없어 결국 논의가 중단되고 만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콘트롤타워를 가동해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도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이 이번 정부에는 좌절됐다. 논의를 지켜보며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는 재벌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악용 차단, 엄격한 주주동의를 통한 발행, 소수주주 및 채권자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등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가능성만으로 벤처업계의 필요와 염원이 묵살되는 현실에 대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국내 정책이 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와 국민의힘 선대본 국민공감미래정책단이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소재 벤처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혁신·벤처정책 보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행사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이번 대선에서도 양당이 혁단협과 토론회, 간담회 등을 열며 벤처관련 공약을 다수 내놓았다. 어떤 사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을까.
 
양대 정당이 예상보다 많은 개별 정책을 대통령 후보공약으로 공식 채택해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곳곳의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걷어내야 하고, 그 중심에 혁신기업들이 자리해야 한다는 총론에 여야 모두 큰 이견이 없었다. 
 
국민의힘 선대위 후보 공약에는 업계의 오랜 숙원인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비롯해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공정경제 확립과 규제혁신,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등 시급한 사안들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윤 당선인이 선거 전 공약한 정책들이 앞으로 실제 정책으로 실현돼 힘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협회장에 취임한지 1년 조금 넘었다. 취임시 민간 벤처생태계 허브 역할을 하겠다 밝히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성과에 대해 소개한다면. 
 
취임 이후 벤처기업 현장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SW)개발인재 확보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써왔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고, 내부의 숙련된 핵심인력마저 대기업 등으로 이탈하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해 4월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SW인력 부족현실에 대해 건의한 바 있으며, 현재 협회에서 SW개발인력 양성과 채용연계를 동시 지원하는 ‘SW개발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회는 기업들이 끊임 없이 해외시장을 개척해 혁신 성장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차기 정부에 기업의 스케일업 및 글로벌 진출 지원정책을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벤처기업확인제에 대한 성과는 조만간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벤처업계를 향한 쓴소리를 한다면. 현재 벤처기업인들에게 부족하다고 보여지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회원사에 늘 이야기한다.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중장년 CEO는 세계무대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요즘 30대의 젊은 CEO는 영어에 능숙할 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미국,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자체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장이 협소하기에 결국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만을 타킷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기업을 조사했더니 100개 중 제조수출기반 창업기반이 1.8%밖에 되지 않았다. 97.2%는 내수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플랫폼기업은 이제 나올대로 나왔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다시 고민해볼 문제다. 제조 기반의 혁신기업은 성과를 내는데 시간도 걸리고, 투자 받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 플랫폼기업 출현으로 국민의 생활이 편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출, 제조, 개발기업도 분명 필요하다. 지금 세계적인 위치에 있는 우리 기업인 삼성, LG 등도 다 제조기업으로 출발하지 않았나.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벤처업계를 대표해 새 정부를 향한 당부의 말을 한다면.
 
제 2벤처붐으로 산업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벤처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곧 국가의 이익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수장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디지털 및 ICT정책을 전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안 대표가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정부 부처 요직에 전문가가 인선되도록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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