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고강도 경제 제재에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이 커지면서 약 6000억원의 돈이 묶인 은행들도 비상등이 커졌다. 정부의 금융 지원에 발맞춰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 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오는 16일 7억달러(8542억원) 상당의 채권 만기를 맞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지 주시하고 있다. 국가 디폴트 선언이 당장 개별 기업에 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불 수단 중단 등 서방국가들의 금융제재에 따른 영향이니 만큼 자금동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경제 악화로 진출 기업 실적이 급격히 빠지면서 지급 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경우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연계한 보증보험·지급보증을 맺는데, 손실 시 피해를 함께 떠안는 구조"라며 "사태가 빨리 정리되면 일부 손해가 있더라도 자금 회수가 가능하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기업 지급 여력이 떨어져 손실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도 "전쟁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부실화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약세인 루블화의 경우도 환헤지(위험회피)에 나서기보다는 유사 시 진출 기업에 대한 추가 공급 여부 가능성을 열어두는 중"이라고 했다.
주요 은행의 대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6037억원이다. 우선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9월말 기준 각각 2960억원, 2664억원이다. 신한은행이 357억원, 국민은행 56억원이다. 익스포저 상당 부분이 국내 대기업의 현지 법인 대출 및 일부 러시아 국채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되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변수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러시아 현지법인 관련 국내기업 본사의 지급보증이 제공되고 있어 러시아 자산 부실화에 대한 부담요인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기업실적 저하, 대 러시아 제재 동참에 따른 우발 부담요인 발생가능성 등은 중단기적으로 국내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안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추가적인 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8일부터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로시야(Rossiya) 은행 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한 데 이어 오는 13일부터는 1일부터 거래를 중단한 7개 은행(Sberbank, VEB, PSB, VTB, Otkritie, Sovcom, Novikom 및 관련 자회사)과 스위프트(SWIFT) 배제를 시행한다.
서방국가의 금융제재로 지급수단이 제한되고 있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