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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야권 단일화에 "국민 믿는다"(종합)
김동연 "비전 제치고 어떻게 권력 나눠가질지 논의"
2022-03-03 19:32:26 2022-03-03 19:32:26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기득권 정치의 이익 배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안 후보는 국무총리 등 내각 참여 가능성도 시사한 데 대한 비판이다. 일종의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이 후보는 거대 양당정치가 ‘정치적 이합집산’을 이룬다며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개혁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가 그 포문을 열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3일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전날(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돌연 이날 새벽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당초 민주당에서는 통합정부를 고리로 다른 후보들과 윤 후보를 포위하는 이른바 ‘윤석열 포위론’을 추진해왔다. 이는 주로 안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였다. 이는 윤 후보와 안 후보 양측 진영의 다툼과 반감을 고려하면 단일화가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해왔다. 하지만, 두 후보가 돌연 단일화를 이루면서 민주당은 뒷통수를 제대로 맞게 됐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야권 단일화로 대선 판세가 전환된 국면에서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기존에 통합정부 구성에 대한 의지를 재차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저 이재명이 통합정치, 정치교체를 확실히 해내겠다고 말씀드린다”며 “국민의 마음과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아우르는 진정한 국민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는 경쟁해도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은 모두를 대표하는 것”이라며 “대의에 동의하는 모든 선량한 정치세력을 한 데 모아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존 전략도 강조했다. 그는 “외교, 안보, 국방, 정치, 경제, 사회 이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고 위기가 우리의 눈 앞에 닥쳐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바람을 보고도 항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파도를 보고도 바람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 통찰력과 국정을 잘 파악하고 정책을 결단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국민이 원하면 포기하지 않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경제 전문가’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무대에 올라 손을 맞잡으며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높였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일 이 후보와 정책연대 및 단일화를 이뤘다. 개헌, 다당제 등 정치교체안에 대한 가치에 동의해 통합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갖춰지면 못할 것이 없다”며 “이재명의 현실감각과 김동연의 국제 감각이 뭉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1997년 외환위기(IMF),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제 위기의 최전선에서 경제 정책을 짜온 경제통이다. 
 
김 전 부총리는 야권의 단일화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소위 단일화를 했다”며 “이들은 나라의 비전을 뒤로 제치고 어떻게 권력을 나눠가질지 (논의)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기득권 정치의) 이익에 따른 야합이기 때문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 전 부총리는 새로운물결 후보 당시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면서 다당제 등 정치교체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김 전 부총리와 같이 제3의지대에 머물던 안 후보가 윤 후보 당선 시 국무총리 등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도 시사한 데 대한 비판이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의 복합적 위기를 구원할 유능한 대통령 후보, 비전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뽑아야 한다”며 “저와 새로운물결은 모든 것을 바쳐서 이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특히 새로운물결을 상징하는 녹색과 민주당의 색인 파란색이 교차하는 목도리를 두르고 이 후보와 손을 잡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에게 주변 국민들을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초박빙이라고 한다. 10표 차이로 결정이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민주주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국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며 “내일부터 사전투표를 시작하는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 명이라도 설득해서 함께 하자”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 앞 유세에서 지지선언을 통해 후보를 사퇴한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선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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