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연일 오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주춤하는 분위기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장기물 채권금리가 뛰어서다. 이에 따라 일 단위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출하는 은행들은 전날보다 0.09%p 가까이 금리를 낮췄지만, 업권에서는 이런 변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25일 기준 고정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4.098~5.398%로 전날 4.183~5.483% 대비 금리 상·하단을 0.085%p 낮췄다.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가 0.084%p(민간평균 기준) 인하한 것을 반영했다. 마찬가지로 일 단위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신한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4.05~4.88%로 전날 4.09~4.92%대비 0.04%p 떨어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채 5년물 같은 경우는 전쟁과 같은 대형 이슈가 있을 때 움직이는 변화 폭이 단기물보다 크다"며 "실제 금융채 6개월은 소폭 상승하기도 하는 등 이러한 추이가 지속할 지는 여러 변수를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근 6%에 근접하는 등 지난 24일 오전까지 가계대출 금리는 연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적어도 1~2회 추가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예상치는 3.1%로 전망하며 10년 만에 첫 3%대 인플레이션을 예고했다. 금리가 예상대로 인상 수순을 이을 것으로 보이자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366%로 전일 대비 0.049%p 뛰었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오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26%까지 급락해 전일 대비 0.091%p 내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22%에서 2.624%로 0.098%p 하락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채권은 가격이 오를수록 금리(수익률)가 떨어진다.
다만 은행들은 이런 시장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기준금리 인상폭이나 정도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엔 금리를 올린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변동형 주담대 기본이 되는 코픽스도 다음달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된다. 코픽스는 은행 정예금·적금·금융채 등의 수신금리의 가중 평균 조달평균금리다. 1월 예금 인상분이 이달부터 반영되고, 청년희망적금을 무제한 접수받게 돼 예수가 대거 늘어나서다.
또 우리나라가 신흥국도 아닌 데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까닭에서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확산하는 등 사태가 심각화하면 자금이탈이 커지는 점도 뼈아프다. 이탈을 막기 위한 금융 정책들이 뒤따르면 대출금리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부분과 연말 국내 기준금리 1.75~2.00% 수준을 감안해 추가적인 대출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반드시 연동하는 것은 아니기에 사태 장기화로 외국자본 이탈이 커지면 대출금리는 기존 전망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시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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