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삶 그것에 대한 올바른 증명(Q.E.D)
‘늙은’남자 vs ‘어린’남자, 나이 초월 수(數)담(談) 그리고 삶과 길
궁극적 ‘성장’에 대한 이야기…’늙은’남자 잃어버린 시간과 ‘반추’
2022-02-25 01:01:01 2022-02-25 01:0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이러니한 대입이었다. 우선 수학은 가장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을 갖는 사실상 이 세상 거의 유일한 개념이다. ‘수학에서 이란 명사가 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념이 아니라 학문이다. 하지만 학문조차 현상에 대한 일반적 지식을 논하는 것이라면 넓은 관점에서 개념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수학을 삶에 대입하는 시도로 폭을 넓힌다면 관점은 어떻게 변화될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학은 가장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을 요구하는 학문이며 개념이다. 하지만 삶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된다는 명언집 문구처럼 누구에게나 100가지 1000가지 답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아이러니라고 시작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늙은 남자와 어린 남자의 관계를 얘기한다. 두 사람의 매개체는 당연히 수학이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논하면서도 결코 직설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돌려 말한다.
 
 
 
이 영화 속 수학은 정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 답을 논한다. 그건 수학이 아니다. 수학은 그럴 수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늙은 남자 이학성’(최민식)과 어린 남자 한지우’(김동휘)는 수학이 아닌 수학을 통해 삶의 수학을 비로서 배운다. 절대 풀릴 수 없는 수학계 최대 난제로 불리는 리만 가설이 있다. 늙은 남자와 어린 남자, 그 둘은 수학자 리만도 풀어 내지 못한 이 가설보다 더 험난하지만 이미 증명해 나가는 삶의 가설을 위해 서로의 거리를 하나씩 좁혀 나간다. 그리고 증명한다. ‘Q.E.D’, 이 짧고 짧은 세 글자에 담긴 의미는 수학이 아닌 가 담은 삶이란 우주의 법칙을 깨우쳐 나가는 수백 수천 수만 나아가 긍극적으론 무한대에 가까운 방식을 제시한다. 스스로 증명하라. 이미 답은 우리 모두가 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이런 전제를 통해 시작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영화는 서울의 한 자사고가 배경. 전국 상위 1% 영재들만 모인 고등학교. 이 학교 학생 한지우는 뛰어난 학업 우등생. 하지만 수학이 문제. 다른 학생들보다 수학만 뒤쳐진다. 근데 수학만 뒤쳐 질까. 집안도 가난하다. 그는 성적이 아닌 사회자배려전형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다른 동급생 친구들은 중학시절 그리고 지금도 고액 과외와 학원을 다니면서 매일 선행 학습 중이다. 학원 하나 다니지 못하는 지우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담임 선생님도 지우 사정을 고려해 전학을 권한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면 내신 1등급은 따놓은 당상. 하지만 지우가 선뜻 결정 못한다. 어려운 형편 홀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명문 자사고 입학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엄마.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어줍잖은 자존심이라고 해도 된다. 그냥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그렇게 고민하던 지우가 같이 기숙사 방을 쓰던 동급생 친구들의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린다. 그 자존심이 문제다. 사고 책임을 지고 한 달간 기숙사 퇴실 처분을 받는다. 집에 갈 수 없다. 고민고민을 하던 그는 학교 경비원에게 도움을 받아 하룻밤 신세를 진다. 학생들에겐 인민군으로 불리는 탈북 경비원 학성’. 그는 잠들어 있던 지우의 수학 시험지를 몰래 풀어 가방에 넣었다. 매일 밤 뭔가를 하던 그의 눈에 그저 소일거리로 보였나 보다. 다음 날 수업 시간, 자신도 모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지우. 머리를 싸매고 씨름해도 안되던 수학 문제가 버젓이 풀려 있다. 누굴까. 수위 아저씨다. 우리 학교 인민군’. 알고 보니 그는 수학 천재였다. 지우는 그날부터 밤낮으로 무뚝뚝한 인민군 아저씨에게 삼고초려를 시작한다. 지우의 끈기 때문일까. 폐쇄된 과학관 건물 지하에서 한 달 동안 지우와 인민군 경비원 아저씨의 수학 과외는 시작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짐작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얘기다. 그런데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예상치 못한 획기적 방식이라 한다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수학을 이용한단 점에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충분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끌어가는 도구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수학은 아니다. 학문적 개념의 수학이 아닌 그 개념을 이루고 구성하는 . 수는 학을 논할 때만 쓰는 도구가 아니다. 더하기 빼기와 곱하기 나누기를 할 때의 그 이지만 그 는 우리 삶을 대변하는 얼굴도 된다. 그래서 늙은남자와 어린남자를 통해 의 법칙과 의 흐름을 통해 세상을 이뤄가는 온전한 완전체의 증명을 그린다. 이 영화 속 꽤 묵직한 단어 중 하나가 증명이다. ‘는 학문적 개념의 수학에서 모든 것을 증명하는 도구다. 그리고 는 사실상 그 학문 자체이면서도 그 학문이 결코 될 수 없는 가장 완벽한 존재다. 이 애매하면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의 연장선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삶의 관점에서 수학은 가장 진실된 질문이다. 결국 수학은 가장 진실하고 삶도 누구에게나 가장 온전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증명의 과정이다. 우린 그 과정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속 이학성이 알면서도 증명해 내지 못했던 마지막 문턱이었고, ‘어린한지우가 가장 순수했기에 그 본질을 알아보지 못한 설익은 삶의 중간을 걷는 과정을 에둘러 설명하는 듯한 지점이다. ‘를 통한 늙은남자 이학성과 어린남자 한지우의 대화는 오묘하고 무한한 수의 세계가 삶의 무한대를 뚫고 나갈 수 없음을 증명하는 난제임을 서로가 증명하려 드는 과정인 셈이다. 영화 속 등장한 수학자 리만의 가설 역시 이 과정을 수식하는 도구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선 도전하기 쉽지 않은 성장 스토리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늙은어린의 흐름적 관점이라면 시간도 될 수 있고 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이건 다시 말해 성장은 흘러가고 경험한단 측면에서 설명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늙은보단 어린에 더 적합한 표현이다. 어린 누군가의 성장 스토리는 국내 상업 영화에서 꽤 흔한 얘기다. 그래서 이 영화가 도전하기 쉽지 않은 얘기다. 이 영화는 궁극적으론 늙은남자의 성장을 전한다. ‘ 1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쌓여 나가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크기와 의미를 더해 나간다. 하지만 를 시간 그리고 삶의 관점으로 치환한다면 꼭 그렇게 완벽하게 크기의미를 더해 나간다 증명할 수도 없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사진=쇼박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면서 또 불공평할 수도 있다. ‘늙은남자 이학성에게 1어린남자 한지우에겐 1이 아닐 수도 있다. 수는 학문적 개념 흐름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아니다. 수는 곧 우리이며 우리 삶을 구성하는 가장 온전한 증명이다. 1 다음이 2가 되고 2 다음이 3이 되는 것이다. 누구는 1이고 다른 누구는 지금 2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3일 수가 있다. 수는 그런 것이고 삶도 그런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물며 다음을 위해 나아가면 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이 명확한 논증을 증명해 준 것 같아 반갑다. 이 영화의 의미, ‘Q.E.D’(증명 완료). 개봉은 다음 달 9.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