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이자수익 증가하는 현금부자 누구?
롯데쇼핑·동부건설 등 주목…시총 대비 이자수익 규모 따져야
2022-02-14 02:10:00 2022-02-14 02:1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상승으로 현금 많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현금이 안전판 역할을 하는 데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5%로 발표되면서 우리 시간으로 주말 새벽에 마감한 미국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시장의 전망치인 7.2%를 뛰어넘은 탓에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금리 인상폭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이다. 
 
우리 증시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금 많은 기업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현금이 소나기를 피하는 우산 역할을 해주는 데다 금리가 오르면 아무것도 안 해도 이자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많은 현금을 쌓아놓기만 한다며 비판을 받지만 이런 시기에는 다른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각 기업에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는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의 자산항목 중 유동자산이 있고 그 아래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표기된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수표, 보통예금, 당좌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MMF, CMA 등을 말한다. 또 만기가 1년 내인 예금, 적금 등 ‘단기금융상품’도 현금성자산에 포함된다.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금융상품’은 담보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아 비유동자산 항목으로 분류된다. 다만 ‘장기금융상품’도 엄연히 이자가 발생하는 자산이므로 여기에서는 현금성 자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현금및현금성자산’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나와 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순서대로 뽑으면 당연히 삼성전자가 먼저 나오겠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금액이 아니라 규모 즉 시가총액에 비해서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는 것이다. 
 
 
덩치를 감안해서 우량 현금 기업을 찾는다면 롯데쇼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까지 9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순이익은 달랐다. 2년 연속 적자였던 실적이 2306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기 때문. 
 
983억원의 영업이익이 2300억원 넘는 순이익으로 불어나는 데는 현금성 자산 3조2074억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자수익이 527억원에 달했다. 현금성 자산 규모는 현재 롯데쇼핑의 시총 2조4158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롯데쇼핑은 지난 8일 작년 한 해 21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86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잠정공시했다. 5년 연속 적자다. 4분기에 상당한 손실을 기록한 결과이겠지만 이자수익이 적자폭을 줄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5061억원과 이자수익 2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에 비하면 작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2020년만 해도 영업이익 3569억원, 이자수익 550억원이었으니 무시할 게 아니다. 
 
현대건설도 3분기말 현재 3조2910억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717억원의 누적 이자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22억원, 현재 시총은 4조7103억원이다.  
 
규모가 더 작은 기업 중에는 동부건설 같은 알짜 현금기업도 있다. 동부건설의 시총은 3087억원, 3분기 영업이익은 512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으로 번 돈만 102억원에 달했다. 3분기말 현재 현금성 자산은 414억원에 불과하지만 2분기말에는 1248억원 규모였다. 
 
영원무역의 경우 3분기 현금성 자산이 5584억원에 달해 현재 시총 2조원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현금 자산을 자랑했지만 이자수익이 24억원에 그친다는 것이 흠이다.   
 
반대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금리 상승기에 걱정이 많다. 물론 부채비율이 높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돈을 빌려서 돈을 버는 은행이나 증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 비행기를 빌려 쓰는 항공 등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이 있다. 단순히 부채비율 높은 기업이 아니라 매출과 이익에 비해 실제로 지출하는 이자비용이 큰 기업들을 피해야 한다. 특히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고도 이자 때문에 순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기업은 금리 상승기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금융비용 부담률이 높은 종목을 검색해 보면 주로 바이오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이익은커녕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많은데 대출이자까지 늘어나면 더욱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최대주주의 자본 동원력이 뛰어나다면 계속 증자 등을 해서 버티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조심해야 할 시기에 굳이 위험한 종목을 골라 투자할 이유는 없으니 피해하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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