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자신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을 ‘너무 좋아하고’ 또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단 점을 두 사람 모두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탐사 전문 기자이면서 ‘MB저격수’란 별칭으로 유명한 주진우 기자, 그리고 친여 성향이 강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옳은 것’에 더 강한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배우 김의성. 두 사람의 친분은 유명하다. 접점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정치적 성향에서 공통점을 지닌 채 친분을 쌓고 교류해 왔다. 함께 지상파 보도 프로그램도 진행한 바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여러 보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인 ‘기자’로서의 취재 영역에서도 열심히 활동 중인 주진우. 그리고 배우로서 최근 여러 작품이 개봉을 준비하고 또 촬영을 앞두고 있는 김의성. 그런 두 사람이 함께 ‘공동 연출’이란 타이틀로 다큐멘터리 한 편을 공개한다. ‘다큐멘터리’라고 불리지만 취재를 통한 ‘이후 기록물’이란 차원이 더 어울릴 듯하다. 두 사람의 공통된 설명을 전하자면 ‘우리끼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 재미있어서 소개를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그게 뭘까. ‘촛불 시민혁명’의 이면에 자리했던 그들의 진짜 얼굴.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이다.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지금 이 시기에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우선 두 사람이 ‘친여’ 성향이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시점에서 현 정권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촛불 시민혁명’을 담아 낸 ‘나의 촛불’을 꺼내 들었다. ‘야권’에선 분명 색안경을 끼고 쳐다볼 듯하다. 현 정권은 사실상 오는 3월이면 막을 내리게 된다. 여권의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되든 야권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든 말이다. 어느 쪽이 되든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는 데 말이다.
“부담은 전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대선에 나선 여야의 유력 후보 두 분은 ‘나의 촛불’에선 엑스트라 수준도 안됩니다(웃음). ‘나의 촛불’이 두 분의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이 얘기는 누굴 저격하고 누구를 돕기 위한 결과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시민들이고 조연은 정치인인 기록물 입니다.”(김의성)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그럼 왜 이 얘기를 뜬금없이 이 시기에 꺼내 들었을까 싶었다. 우선 두 사람 중 주진우 기자는 ‘이 시기’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잡아줬다. 훨씬 더 오래 전이 될 수도 있었단다. 주 기자는 제발 누군가 이 얘기를 꼭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고. 하지만 연락해 오는 영화 제작자가 단 한 분도 없었다며 ‘결국 내가 만들어 버렸다’고 웃었다.
“제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자들로부터 촛불 시위 당시 여의도 국회 비화를 계속 전해 들었죠.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의성 형님과 함께 진행했던 MBC ‘스트레이트’ 때 우상호 의원이 출연했는데 그때 전해 들은 ‘촛불 시위’ 비화는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제가 ‘내가 아는 건 더 재미있는데’라고 보따리를 풀고, 그렇게 출연하는 정치인들과의 촛불 비화를 얘기하다 보니 ‘이걸 왜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하지’ 싶었죠. 정치인들 모두가 자기가 촛불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더라고요. 진짜 주인공은 시민인데(웃음). 이거 풀어 내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던 거죠.”(주진우)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시민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밝힌 것처럼 ‘촛불 시위’는 시민이 주인공이었던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 직접 민주주의 현장이자 그 자체였다. ‘나의 촛불’은 그 당시를 기억하는 모두의 기억을 담아냈다. 주인공인 시민들의 기억과 모습 그리고 의견이 담겼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가려진 정치인들의 의견도 들어가 있었다. 무려 5년 전 그것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꽤 흥미롭게 달라져 있었다. 물론 시민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그렇게 있었다.
“국민이 이 땅의 주인이고 역사의 주인이죠. 정치가 사회가 혼란케 하더라도 그건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점을 담아보자 싶었죠. 이 얘기를 구성하면서 어떤 인터뷰를 하더라도 주인공은 시민이었단 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어요. 손석희 선배가 얼마 전에 일본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나의 촛불’에서 난 카메오냐고(웃음). 맞는 말이죠. 카메오 정도? 하하하.”(주진우 기자)
정말 ‘나의 촛불’에는 그렇게 시민이 주인공이고 유력 정치인들 그리고 TV에서나 봤던 어깨에 힘깨나 주던 정치인들은 모두 조연들이었다. 일부는 ‘나올 법 했는데’도 모습 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개가 갸우뚱해 질 정도였다. ‘촛불’을 얘기할 때 그들을 빼놓고 얘기를 할 수는 없었는데 말이다. 우선 주인공인 시민들은 주진우-김의성 두 사람에게 당시 모습이 담긴 기록을 기꺼이 제공했단다. 반면 ‘나올 법했던’ 그리고 ‘나왔어야 했던’ 그들은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분명 있었다.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당시 촛불 혁명에 참여해 주신 분들이 너무도 소중한 기록을 저희에게 많이 제공해 주셨어요. 정말 광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보내 주셨고 사연도 주셨고 그 당시 영상과 사진 너무 많은 걸 보내주셨죠. 정말 기억에 남은 많은 분들이 계셨어요. 매주 참여했던 대가족 분들, 광장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운 커플. 정말 많았죠. 나와 주진우 모두 그 당시 광장에 있었지만 그때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못했으니 그게 지금도 가장 아쉬워요.”(김의성)
“정말 나왔어야 할 법한 분들이 정말 많았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분들 중에 저희와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던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막상 인터뷰 당일에 도망가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웃음). 제가 그 분들에겐 참 불편한 사람인데 저 의외로 굉장히 친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인터뷰 당일에 딱 잘라서 약속을 파기하더라고요. 하하하.”(주진우)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그때는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주진우 기자의 발언처럼 ‘인터뷰’ 약속을 했지만 부담감에 당일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한 정치인들이 꽤 많았단다. 하지만 지금 야권의 유력 정치인 중 일부는 지금의 스탠스와는 전혀 다른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탄핵의 일선에 앞장 서 있었던 여권(현재는 야권) 정치인들은 그 이면의 이유를 나름의 핑계로 에둘러 설명하고 해명했다.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인터뷰 당시만 하더라도 뭐랄까요.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팬심을 갖고 있었던 두 분이 있었죠. 박영수 윤석열 두 분이에요. 두 분도 ‘촛불 혁명’에선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잖아요. 실제로 인터뷰 때 ‘저 사진 하나만 같이 찍어 주세요’ 했던 거의 유이한 두 분이에요. 그런데 지금 현재 어떻게 됐습니까. 한 분은 대장동 개발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완전히 다른 스탠스로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돼 있고.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웃음)”(주진우)
“전 굉장히 무섭기까지 했었어요. 정말 엄청나게 연기들을 잘하시는 구나 싶었죠. 다들 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연기자들이셨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저 분들이 어떤 배역을 연기하는 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우리가 아는 것 뒤에 실제 감춰진 진실이 드러난 게 아니라 뭔가 작품 속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다들 무시무시하십니다. 배우로서 제가 배울 점이 정말 많습니다(웃음)”(김의성)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앞서 언급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인사들에게 두 사람은 공적 중에 공적이다. 특히 주진우 기자는 지금의 야권 시각에선 이른바 ‘제거 대상 1호’에 해당할 정도로 미운 털이 박힌 인사다. 그럼에도 ‘나의 촛불’에는 주진우를 미워할 만한 정치인들 다수가 출연한다. ‘주진우 기자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친분을 쌓아 오는 걸로 유명하다’고 옆자리의 김의성이 대신 언급했다.
“(웃음)제가 1호까진 아니고 2호 정도 됩니다. 제가 MB바라기 아닙니까.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그리고 MB의 멘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정두언 전 의원 등과도 아주 친하게 지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그 분의 친 여동생 박근령씨와는 20년 친분입니다. 박근령씨 남편인 신동욱 박사하고도 아주 친해요. 이게 무슨 말이냐. 정보는 제가 취재를 해야 할 그 속에 있는 거죠. 전광훈 목사님하고도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주진우)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은 ‘나의 촛불’에 큰 불만이 있다. 다른 불만이 아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어떤 목적으로든 어떤 구성으로든. 어떤 방식으로 만들더라도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그 사람’의 인터뷰가 들어가야 한다.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나의 촛불’은 촛불 시민혁명 속에 존재했던 주인공 ‘시민’들과 조연 ‘정치인’들의 얘기를 담아 냈다. 하지만 이 얘기의 또 다른 주인공 ‘단 한 사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담아내진 못했다. 당연히 담을 수도 없었고 담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얘기를 만들 당시 그는 구속 수감 중이었다.
“저희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다고 하시던데 기다려 봐야죠. 뭔지 진짜 궁금하긴 해요. 진짜 뭐라고 하실까 싶어요. 참고로 ‘나의 촛불’을 자세히 보시면 꽤 묵직한 특종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정유라가 한 컷에 담긴 사진 등은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사진이거든요. 그 외에도 많아요.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주진우)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단 한 개의 질문만을 할 수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그 질문, ‘나의 촛불’에 담아야만 했던 그 마지막 질문. 그 질문이 궁금했다. 두 사람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각자가 품고 있던 질문을 공개했다. 어쩌면 그날 그 현장에 있었던 모든 ‘촛불’이 궁금해 했던 그것이었을 수 도 있을 듯했다.
주진우-김의성. 사진/(유)주기자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의 촛불’에 담겼으면 합니다. 우리가 자격 미달의 지도자를 갖게 될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배운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과연 그렇다면, 뻔히 자격 미달인걸 알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를 대통령의 자리로 끌어 올린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그걸 꼭 그 분께 묻고 싶습니다”(김의성)
“’박근혜,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를 꼭 묻고 싶네요. 지금도 그 분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있고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이 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우리 국민들은 그걸 전혀 모르고 그 분을 선택한 것이지 않습니까. 그럼 그 잘못의 원인이라도 알아야죠. 도대체 우리가 선택했던 ‘박근혜’ 그 분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본인에게 묻고 싶습니다.”(주진우)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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