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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킹메이커’ 이선균 “정치 아닌 관계에 대한 얘기”
“‘엄창록’ 자료 거의 없더라. 근데 그게 캐릭터 구축 장점된 것 같아”
“변성현 감독 튀는 외모 선입견 있었지만 경험하니 ‘솔직한 스타일’”
2022-01-24 01:03:03 2022-01-24 01:03: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런 인물이 있었나 싶다. 실존했던 인물이란다. 정치 야사에 분명 존재했다. 그는 선거판의 여우란 별명으로 불렸단다. 실제 그가 뛰어든 선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놓는 기적을 연이어 만들어 냈다. 그가 선거판에서 활동하던 당시는 군부 정권 시절이다. 철통과 추상 같은권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잡은 세력에 빌 붙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시골의 하찮은 한 인물을 주목했다. 지금에서야 그렇지만 놀랍게도 그 인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당시 대한민국을 지배한 박정희 정권 그리고 이후 등장한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까지. 연이은 군부정권 탄압에 맞선 민주화의 상징 그 자체. 후에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고 김대중 대통령. 고 김 전 대통령과 한때 실제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 대한민국 정치사에 명확히 기록되지 못했던 한 인물. ‘선거판의 여우로 불린 고 엄창록. 영화 킹메이커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엄창록에 대한 얘기다. 이선균이 그를 연기했다.
 
배우 이선균.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선균이 연기한 실존 인물 엄창록은 영화에선 서창대로 개명됐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가였다. 그의 그런 전략은 호남 지역 기반 한 국회의원을 대통령 선거로 이끌어 간다. 그가 이끈 인물이 설경구가 연기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극중에선 김운범으로 등장한다. 김운범이 빛이라면 서창대는 철저하게 어둠 속에서만 존재했다.
 
우선 엄창록이란 분 자체를 몰랐어요. 실제 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감독님과의 얘기에서 들은 게 거의 전부였어요. 그나마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일부 영상 정도였죠. 자료가 거의 없다 보니 되게 난감했는데, 근데 좀 지나니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더라고요. 아는 게 없으니 배우인 제가 입힐 색깔이 훨씬 자유로워진 거죠. 그나마 부담은 20대부터 60대까지를 연기해야 한단 정도였어요.”
 
극중에서 크게 드러나고 드러낸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디테일한 지점에서 이선균이 서창대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했던 지점이 탈북자 출신이란 점이다. 실제 엄창록도 이북 출신이다. 원래 극중에서 북한 사투리를 하는 장면은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선균이 아이디어를 감독에게 전했고, 이를 감독이 수용해 등장하게 됐단다. 서창대가 김운범에게 러브콜을 보낸 당위성이 필요했단다.
 
배우 이선균.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뭐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닌데, 북한 사투리를 하는 장면이 좀 있었으면 했죠. 감독님에게 의견 정도로 말씀을 드렸어요. 그게 들어가면 서창대가 김운범을 선택한 이유에 당위성이 좀 생길 것 같았어요. 원래 모티브가 있는 실존 인물이 있지만 영화에서도 서창대의 정보나 다른 서사가 거의 없으니 고민을 하다가 전한 생각이에요. 감독님과 서창대를 어떻게 구축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킹메이커연출은 변성현 감독이 맡았다.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뒤늦게 신드롬을 일으키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게 된 충무로 스타 감독이다. 그를 지지하는 두터운 불한당마니아들이 있다. 무엇보다 변성현 감독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스타일리시. 그의 영화가 공개되면 언제나 항상 붙는 단어가 스타일리시. 물론 언론이 평가하는 수식어다.
 
“(웃음) 그런 수식어 저도 공감해요. 감독님이 외모적으로도 독특하고 굉장히 튀시잖아요. 멋도 잘 내시고 하하하. 그와 반대로 대답은 굉장히 딱딱하세요. 저도 사실 만나기 전에 선입견이 좀 있었죠. 고집이 좀 강하시겠다 정도. 근데 실제 경험한 변 감독은 아주 솔직해요. 뭘 포장하려 들지도 않고 그냥 스트레이트로 가세요. 배우와의 의견 조율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은 굉장히 빨리 수긍하시고 밀어 주세요. 패션을 보시면 아주 독특하시잖아요(웃음). 스타일리시? 자기만의 멋이 있고, 그게 연출에도 드러나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아주 마음에 들어요.”
 
배우 이선균.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변성현 감독 현장이 궁금했다. 이선균의 말처럼 굉장히 독특한 패션 감각이 눈에 띈다. 그런 튀는 외모는 현장에서 굉장히 고집스런 모습을 연상케 한다. 표정도 무표정에 가까워 쉽게 소통을 맺기 힘들 정도로 거리감도 있어 보였다. 물론 변성현 감독에 대한 완벽한 선입견이다. 변 감독과 함께 불한당을 작업한 설경구는 가장 막역한 사이가 된지 오래다. 이선균이 경험한 현장의 변성현 감독이다.
 
우선 동선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킹메이커에서 서창대는 빛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동선을 정말 잘 짜야 했어요. 촬영팀과 조명팀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런 점은 따지고 보면 감독님의 콘티와 장면에 대한 생각이 명확했기 때문이에요. 동선 리허설이 많았지만 작업 시간은 오히려 다른 현장보다 빨랐어요. 작업 자체를 명확하게 꿰뚫고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든 걸 습득했으니 가능한 자세였죠. 정말 유능하신 분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킹메이커서창대의 결과론과 김운범의 원칙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딪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다. 이런 두 사람의 신념은 영화 속 시간의 배경에서 꽤 많이 흐른 지금의 2022년에도 분명히 적용되는 기준이다. 세상 만사 모든 이치에 결과론과 원칙론의 대립은 명확하다. 이기기 위해선 정의롭지 못해도 결과가 정당하면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게 킹메이커의 핵심이었다.
 
배우 이선균.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가 서창대를 연기했지만 지금도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분명해요. 예전의 이선균은 무조건 결과보단 신념을 우선시 했어요. 아내인 전혜진씨와 얘기하는 우리 집 가훈 아닌 가훈이 짜치지 말자에요(웃음). 당당하고 쿨하자는 의미인데. 근데 만약 그럴 일은 완벽하게 제로이지만 제가 정치를 한다면 서창대와 김운범의 반반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어요. 두 가지 입장이 다 필요할 것 같아요.”
 
킹메이커코로나19’로 인해 작년 연말 개봉에서 한 차례 연기돼 오는 26일 개봉한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라 이 영화의 개봉에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주변의 시선이 많다. 우려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런 시선이 영화가 기대하지 않은 또 다른 홍보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선균은 그저 또 다른 관심일 뿐이라며 정치색이 없는 상업 영화로 봐주길 원했다.
 
배우 이선균.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정치 영화가 아니잖아요. 치열한 선거판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얘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변의 그런 시선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오히려 영화에 대한 큰 관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킹메이커가 정치 영화는 아니지만 정치가 소재인 영화는 맞죠. 그리고 실제로 보시면 정치색을 강조한 영화가 아닌 것도 아실 수 있고. 어떻게든 영화나 사회 분위기 모두에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 좋을 듯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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