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가상자산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김동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9일 나란히 가상자산 법제화를 비롯한 시장 활성화 공약을 내놨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가상자산 인정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와 달리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장자산 투자자, 특히 투자를 주도하는 2030 표심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9일 서울 강남구 미림타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를 연 뒤 ‘가상자산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은 가상자산 법제화,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검토,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과 공개(STO) 검토,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지원 등이 골자다.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 거래액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법제도를 만들어 투자자와 사업자를 보호하고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가상자산 4대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대표와 만나 “가상자산 시장이 부정해서 없어지는 것이면 금지할 수 있지만 전세계에서 실제 존재하는 시장인데 외면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회만 잃는다”며 “수많은 국민들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 산업도 발전하는 방향이 국가에 도움이 되고 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디지털자산 투자자 보호 공약’을 발표했다. 코인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국내 코인 발행(ICO) 허용, 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 시장 육성 등이 윤 후보 공약의 핵심이다. 젊은 청년들이 안심하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주식시장에 준하는 안심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계획이다.
윤 후보는 “정부 역할은 시장에서의 행위자 규제보다, 시장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누구나 정보비용을 들이지 않고 믿고 시장에 와서 경제·투자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측면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가상자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고 가상자산 활동이 왕성하게 하도록 장을 만들고 믿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 등 시장 활성화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향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 후보는 ‘검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반면 윤 후보는 보다 적극적인 표현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선을 끌었다.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공약에 ICO 허용 검토,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과 공개(STO) 검토로 표기했다. 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도 현재보다 면세점을 올려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정책공약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과세 지점을 올릴 것인지 묻는 질문에 “(양도차익 공제 기준이) 250만원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과 똑같이 5000만원으로 할지, 준해서 해야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면세점은 올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반면 윤 후보는 양도차익 공제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했다. 현행 250만원인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상향하고, 선 정비·후 과세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또 ICO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이 후보와 달리 IOC를 허용하되 거래소발행(IEO)부터 실시하겠다고 했다. IEO는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거래소가 중개인이 돼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서 검증자와 중개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윤 후보는 “현 상황에서 ICO 방식을 전면적으로 채택할 경우 다단계 사기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IEO방식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가상자산 법제화를 비롯한 ICO도입 등 산업 육성에 한목소리를 낸 건 가산자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 표심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부가 가산자산 인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사용자는 658만5721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30대 투자자가 399만8438명으로 전체의 60.7%를 차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1위 업비트의 누적 회원수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900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볼 때 현재 2030세대 투자자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산자산 업계 진흥을 위한 정책 측면에서 업권법 관련된 내용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대선 공약이 비슷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승호·김동현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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