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재계를 만나 시장에 비효율적인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경제 양극화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기업과 함께 돌파하고, 경제대부흥 정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엔 2017년 대선 경선 때 강조했던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1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회장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에서 “규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잘 작동하고 경쟁이 합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효율 떨어뜨리는, 경제를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시장의 합리적 경쟁과 효율을 제고하는 규제라면 필요하지만 그게 아닌 반대라면 과감하게 철폐, 완화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결국은 문제된 것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것들을)허용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방식에서 금지 행위가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
다만 이 후보는 5년 전 자신이 강조하던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에 관한 내용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경선에서 재벌개혁을 적폐청산의 과제로 삼았다. 당시 이 후보는 강연과 토론 등에서 “노동존중, 재벌개혁, 부자증세, 이재용·박근혜 구속과 사면금지”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소위 재벌 가문이 부당하게 기업을 지배하고 거기에서 생기는 온갖 문제들을 없애야 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 합시다" 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신 이 후보는 시장과 정부 정책의 관계를 ‘상호의존적’, ‘협력적’ 관계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날 역시 이 후보는 “민생의 핵심적 경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에 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 속에서 창의와 혁신이 자유롭게 일어나고 효율성 제고, 합리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업활동에)필요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고 시장에 역행하는 정부도 없다”고 했다.
이날 이 후보가 규제 ‘완화’에서 더 나아가 ‘철폐’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자신의 ‘시장 존중 철학’을 재계에 확인시킨 까닭은 경제 성장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이재명정부를 부각하고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회장 등을 만나 “성장을 회복해야 불평등, 전쟁 같은 경쟁에서 벗어나서 효율성이 높은 국가로 갈 수 있고,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고 말한 것 역시 맥이 같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재벌개혁 등을 통한 기업 규제를 강하게 해왔기 때문에 집권 여당 후보로서 재계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경제 양극화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기업과 함께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대비 기업 규제가 많다”면서 “행정 규제, 공정거래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월등히 까다롭고 최근 상법 지배구조 의결권까지 세계에서 유례없이 강화돼 근본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고 조세 부담도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역대 정부도 이런 약속을 했었고, 지금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제도, 규제 샌드박스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실제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느낀다”고 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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