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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규제샌드박스 양적 성과에만 '매몰'…"공모형 빗장풀기 도입해야"
규제샌드박스 3년…617건 승인·315건 시장출시
KDI "정확한 규제개선안 없이 양적 성장에 치중"
"신기술·신산업 법령 공백 선제적 대응 필요"
2022-01-11 16:50:18 2022-01-11 18:54:16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신산업 활로를 위한 현행 규제샌드박스가 양적 성과에만 매몰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제적인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부처 주도 하에 샌드박스 의제를 마련하고 공모 형식을 통해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공모형 빗장 풀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공동으로 발간한 '디지털경제와 규제혁신' 보고서를 보면, 신기술·융합 신산업 등장에 따른 법령 공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모형 규제샌드박스' 도입이 거론됐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기간·장소·규모 등 일정조건의 제한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 이후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의 제한적 실증을 통해 신기술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 기술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을 미리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형 규제샌드박스'는 영국의 제도를 본따 2019년 도입됐다. 지난해 12월까지 617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이 중 351건이 시장에 출시된 것으로 집계됐고 125건은 법령개정 등 규제개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양적 확장에 집중해 적절한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규제 불확실성 및 규제 공백 해소에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욱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워낙 많은 건수가 되다보니까 병목현상도 있고 구체적인 규제개선안 없이 일단은 실증특례로 부여하고 보는 태도가 감지가 되고 있다"며 "정부가 정확한 계획이나 규제개선안 없이 신청에 의해서 양적으로 부여해 초기의 성과와 달리 신기술 신산업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산업 전체를 끌고 가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폴·영국 등의 국가는 규제샌드박스 사례를 연간 10개 수준으로 지정해 큰 틀의 제도개선까지 끌고가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개선되지 않더라도 적절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공모형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전체 규제완화의 방향을 잡고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공모형 규제샌드박스는 부처 주도 하에 샌드박스 의제를 마련하고 공모 형식을 통해 규제특례를 부여해 규제개혁 과제 추진하는 방식이다. 기업 신청에 기반한 기존의 방식과 달리 정부가 규제 개혁 필요 분야을 지정함으로써 신산업에 진출코자 하는 기업 전반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김정욱 소장은 "지금은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특정 제품, 특정 기술에만 적용이 되고 있는데 이런방식은 일부 기업에 특혜로 비출수도 있고 건전한 경쟁이라기보다는 특정한 기업을 밀어주기 식으로 운영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시험기관의 인증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신기술 발전속도에 발맞춘 인증제도 마련과 '기술개발-제조-인증-사업화'로 이어지는 융합 신제품 생태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신산업별 특성과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공동규제, 성과중심 규제 등 유연한 규제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규제샌드박스와 같은 혁신친화적 규제특례 확산을 통해 선제적인 규제  혁신 거버넌스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타다'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일부 신산업의 경우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규제형평성 제고 및 규제 그레이존 해소를 위해 거래량 연동하고 관련 정보공개 의무를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거래량 공개는 일정 거래량 이하 거래사업자에게는 완화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대규모 거래량을 취급하는 사업자에게는 기존 사업자와 동일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김 소장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신기술·신산업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규제 지체현상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규제에 대해 개선방향과 법령 개정을 염두에 둔 공모형 규제샌드박스 등의 도입을 통해 신산업에 더욱 유효한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공동으로 발간한 '디지털경제와 규제혁신'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신기술 및 융합 신산업 등장에 따른 법령 공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모형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수소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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