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1800억원대 횡령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에 3000억원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당장 대출금 회수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수익구조에 무리가 없고 사실상 대표가 직접 자구방안을 알렸기 때문이다. 다만 외부평판 하락에 따른 급작스러운 유동성 경색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가 3분기 기준 은행에서 장·단기로 빌린 차입금은 3000억원 정도다. 대출 규모는 우리은행이 107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국민은행 46억원, 농협은행 1억원이다.
우선 자기자본 비율의 90%가 넘을 정도로 횡령 규모(1880억원)가 크지만, 은행들은 기업 재무 상황에 큰 영향이 없는 만큼 대출금 회수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을 95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85.1% 증가한 상태다. 전날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횡령액은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59% 수준"이라며 해외법인 포함 총 24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고도 강조했다.
우리은행 측은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으로는 전체 1073억원가량의 차입금이 잡혀 있지만 현재 절반은 상환됐으며 나머지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며 "무엇보다 현금 창출능력이 있는 회사이기에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한은행 측도 같은 판단에서 향후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신용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은 기업 상황이 크게 개선됐거나 악화됐을 경우 신용등급 재평가하는데, 당장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한 데다 재무제표 변화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은 기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인상하거나 담보를 추가로 요청하게 된다. 심할 경우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심사 자체가 신용도에 영향을 준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날 대표가 직접 자구책을 발표하는 등 기업 자체 문제는 적어보이나 평판 하락으로 유동성이 경색돼 생각지도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은 걱정거리"라며 "신용도 변경에 따른 금리나 한도 조정 등이 뒤따를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들은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한 펀드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후속조치를 잇고 있다. 하나은행은 전날 '삼성코스닥1501.5배레버리지증권(주식-파생형)CE펀드' 등 오스템임플란트가 담긴 77개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 측은 고객들에게 "사후 관리 차원에서 해당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국민·신한·우리은행도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관련 고객에게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공지를 하거나 판매 중단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은행들이 18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건에 휘말린 오스템임플란드에 3000억원의 돈을 빌려줘 회수 가능성을 살피는 가운데, 사진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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