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대 승부처)③코로나 2년, 남은 건 '빚' 뿐…"말이 아닌 행동의 후보 원해"
한국정치=공수표, '불신·분노' 팽배…말 뿐인 '50조, 100조'에 냉랭한 민심
"정권교체에는 동의, 윤석열은 '글쎄'"…정당보단 자영업자에 도움 줄 대통령 원해
2022-01-05 16:51:03 2022-01-05 16:51:03
<뉴스토마토>는 대선 3대 승부처로 '서울 부동산 민심', '2030 청년 표심', '코로나에 지친 자영업자의 생계민심'을 꼽았다. 집값 폭등에 분노한 서울 민심이 전통적 보수표심과 함께 정권교체 심리를 떠받드는 가운데, 2030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기도 했던 2030 '집토끼'는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에 반발,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며 기존 여의도 문법을 명확하게 깼다. 해서 등장한 시대 과제가 '공정'이었다. 여기에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생존의 문턱에 선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생계민심이 누구를 향할 지도 미지수다. 지역과 세대 등 기존 대선을 관통했던 승부처는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새로 떠오른 3대 승부처를 뜯어본.
 
영등포역 인근에 위치한 먹자골목.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으로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영하 8℃. 얼어붙은 겨울 날씨만큼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민심도 냉랭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와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 등 다시 강화된 방역 조치로 이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취재 내내 가게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설득 끝에 겨우 성사된 인터뷰에서는 내내 깊은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공수표. 희생과 고통 강요. 한국 정치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에게 이런 존재였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3일과 4일 영등포, 강남, 잠실새내 등 먹자골목을 비롯해 광장시장, 영등포시장 등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코로나에 지친 자영업자의 '생계민심’을 직접 들었다. 현장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막대한 손실로 생존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자영업자들이 한국 정치에 느끼는 불신과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눈물도 말라 한숨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영등포 먹자골목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대출 말고 직접지원을 늘려달라고 애원해도 (정치권은)바뀌지 않는다”며 “가게세라도 낼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거지, 매출도 안 나오는데 매번 대출로만 지원을 해줘서 지금 있는 빚도 못 갚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정책자금 등의 명목으로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지만, 이 또한 이들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었다. 
 
영등포에서 청과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맨날 국회에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선거철만 되면 소상공인 지원해준다고 말만 하고, 딱 그때 뿐”이라면서 “그 누구도 뽑기 싫다”고 분노했다. "장사가 죄냐"는 말까지 나왔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부가세니, 종합소득세니 꼬박꼬박 거둬가면서 전기세나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은 3개월 지원이 다였다"며 "최소한 고통분담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에 보통 2차로 들리는 호프집은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고, 4인 인원제한에 밥집들도 빈 테이블이 다수였다. 아예 불을 끄고 휴업에 들어가거나 점포를 내놓은 가게들도 상당수였다.   
 
이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4일~28일 전국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2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현 시점에서 정부에 바라는 도움’을 묻는 질문에 29.3%가 손실보상금 선지원, 25.1%가 영업시간 확대, 18.4%가 재정지원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모습. 사진/유승호 기자
 
연령대가 높을수록 지역감정에 의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광장시장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수 정당을 지지했다”면서 “문재인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한 게 뭐가 있느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는 “아무리 그래도 1번(민주당) 찍어야지, 2번(국민의힘)은 아니다”라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으나 최근 한 달 사이에 마음이 돌아섰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잠실새내 먹자골목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정모씨는 “이번 방역 조치로 지난번 영업시간 제한 때보다 더 장사가 안 된다. 배달 주문도 눈에 띄게 적어졌다”며 “애꿎은 자영업자만 때려서 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번 정부에 실망을 해서 원래 윤석열을 뽑으려고 했는데 최근에 하는 모습 보니까 싫어졌다. 손실보상금이라고 해서 50조, 100조 말만 하지 말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면서 “정권은 바뀌긴 바뀌어야 하는데 마땅히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역시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면서 “결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표 받으려고 하지도 않을 추경 얘기 꺼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50조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00조를 꺼내 지친 자영업자들의 기대감만 부풀렸다가 "당선되면 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에 대한 성토였다. 
 
정권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윤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40%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5년간 국정운영에 대해 4점 이하를 줬다. 국민 10명 중 4명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실시한 양자대결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45.2%)가 윤석열 후보(39.2%)를 처음으로 추월하는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종 여론조사 결과, 통상 정권교체 심리는 50%에서 많게는 60%까지 쏟아지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정권교체 심리를 윤 후보가 온전이 담아내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끊임없는 내홍과 부인 김건희씨 논란 등으로 윤 후보가 휘청이는 사이, 이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의 이점을 살려 발 빠르게 과감한 손실보상 등 민생을 파고들었다. 한때 15%까지 벌어졌던 윤 후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심지어 추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잠실새내역 인근 먹자골목.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으로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유승호 기자
 
생사의 갈림길에 선 자영업자에게 여야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권심판론, 정권교체론도 이들의 표심을 완벽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이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대통령’, ‘당선됐을 때 소상공인들을 위해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실행력 있는 대통령’이었다.
 
수년간 운영하던 미용실을 최근 문 닫은 30대 초반 송모씨는 “아직 뽑고 싶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면서 “(여야 할 것 없이)여러 후보의 공약과 정책, 인터뷰 등을 참고해서 꼼꼼히 따져본 뒤 더 잘할 것 같은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40대 중반 김모씨 역시 “소상공인 입장에서 민주당, 국민의힘 할 것 없이 당선됐을 때부터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해주고 챙길 수 있는 사람에게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 내가 죽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봤을 땐 현재로서는 이재명이 (윤석열보다)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김모씨는 “이번에 자영업자 500만원 지급도 대출식이라 아쉽지만, 이재명이 선지급, 후정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뭐라도 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소상공인 추경 50조, 100조라고 말을 뱉었으면 (윤석열) 후보가 가서 대통령 면담하고 추경하자고 설득해야지, 말은 본인들이 하고 여당 후보가 대통령 설득하라고 떠넘기는 행태가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손실보상금 500만원 지원을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지만 손실보상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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