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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의 시선)정동영 복당과 이명박 사면
2022-01-02 10:00:00 2022-01-02 10:00:00
정동영씨가 조만간 민주당으로 복당한다. 참모들 만류를 뿌리치고 이재명 후보가 고집했다고 한다. 직접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며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고도 한다. 진영 결집을 위한 이른바 '대사면' 차원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참칭' 대상이었던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결의했다. '조국의 늪'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일단 집토끼부터 단속한 뒤 외연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추진됐고 성사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었다. 그를 지지했던 강성 친문의 마음을 돌리고,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다.
 
2021년 12월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이 이른바 구민주계로 분류되는 호남 출신 탈당 인사들의 복당이었다. 정대철, 천정배 그리고 정동영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손학규 전 대표도 독자출마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복당 대상이었다. 지난달 30일 천정배, 최경환 등 12명의 탈당 인사들이 친정인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정동영, 정대철 두 사람의 이름은 일단 빠졌다. 시간차를 두겠다는 의미다.
 
한 중진 의원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윤석열로 갔다. 구시대 인물이라고 하지만, 사실 간단치 않다. 기획력이 뛰어난 데다, 무엇보다 창당 전문가다. 영남과 보수 중심의 국민의힘에 중도와 호남을 결합시키는, 재창당 수준을 넘는 정계 개편도 능히 꾀할 수 있다. 이는 민주당 밖에 있는 호남 인사들과의 결합이 1차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이 안철수와의 후보 단일화다. 이를 막아야 했다. 호남이 흔들리면 모든 게 끝이다. 사실 호남이 이재명을 전적으로 밀고 있는 것도 아니질 않나."
 
그렇다고 정씨까지 굳이 복당 대상에 넣어야 했을까. 이들의 복당이 언론에 처음으로 언급된 지난 11월26일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DY(정동영)는 절대 아니다"면서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후보가 대통합, 대사면을 말하면서 특정 인물을 찍어서 안 된다고 못한 것일 뿐, 그 사람만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이들이 이토록 손사래를 친 것은 정씨 복당이 가져올 파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씨는 친문의 뿌리인 친노와는 풀래야 풀 수 없는 악연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다음 주자'로 거론할 만큼 정씨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동교동계를 퇴장시킨 정풍운동의 최전선에 섰고, 이른바 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이끌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만류했음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창당을 고집했고, 이유는 참여정부 개혁노선에 대한 지원이었다. 재야 운동권의 대부이자 민주화의 상징인 김근태 전 의원과의 통일부장관 경쟁에서도 승리하는 등 참여정부 황태자로 군림했다. 
 
정동영 전 의원.사진/뉴시스
 
그러나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을 치자 당을 깨고 나갔다. 노 전 대통령에게도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배신의 정치'였다. 결과는 비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17대 대선에 나섰지만 26.14%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48.67%)에게 역대 최다 표차로 참패했다. 이후 당의 공천 방침에 불복,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주에 출마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복귀, 어렵사리 민주당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탈당했다. 이후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을 전전하면서 잊혀진 이름이 됐다. 
 
17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부활할 수 있었던 직접적 배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영이 죽였던 민주당을 노무현이 되살렸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성난 시민들의 항의에 가로막혀 영정에 절을 올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렇게 악연은 감정적 앙금이 서린 구원으로 남았다. 
 
'언제까지 구원에 얽매여 대사를 망칠 것이냐'는 반론도 뒤따를 수 있다. 답은 공교롭게도 이재명 후보가 줬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된 신년 특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사면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저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사면'. 이것이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가 정동영씨를 복당시키는 배경이다.
 
이재명 후보는 2007년 정씨가 노 전 대통령에 등을 돌릴 때 '정통'(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을 이끌며 그와 행보를 같이 했다. 친노와 친문이 이 후보에게 마음 속 깊은 불신마저 거두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의심에 2017년 대선 경선의 격한 대립이 더해졌을 뿐이다. 혹여나 '배신의 정치'가 재연되지 않을까, 그 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지 않을까. 결국 정씨와 친노 간의 오랜 구원을 풀 이는 이재명 후보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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