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 예·적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잇딴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들이 4개월 사이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잇단 부동산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주식·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것도 원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이달 16일 기준 1397조9874억원으로 지난달 말(1387조690억원) 대비 10조9184억원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은행으로의 자금 유턴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13조6729억원 감소했었고, 올 상반기에도 6조9743억원 감소한 바 있다.
예·적금 잔액 확대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이달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개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추이를 보면, 전달 21일 기준 전체 실거래 중에서 직전 3개월 대비 가격이 같거나 하락한 실거래 비중은 49.6%(잠정)다. 올 들어 최대치인 데다 하락·보합거래 비중은 49.5%로 전달 대비 14%p 이상 확대했다.
코스피 지수는 수개월째 3000선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연초 44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10조원 아래다. 암호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도 5000만원 후반에서 6000만원 초반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신금리 인상폭이 컸다. 은행들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 0.3%p선에서 수신금리를 올렸는데, 지난달 24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에는 0.4~0.6%p를 올렸다. 예컨대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지난 8월27일 1.2%에서 현재 2.0%로 0.8%p 인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예대금리차를 지적하고 있어 기존보다 수신금리 조정 시기 앞당기기고 인상폭을 키웠다"며 "하반기 강한 신용대출 억제로 가계 레버리지 투자를 옥죈 데다 증시·암호화폐 시장 변동성이 커 전반적인 투자심리 감소도 작용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신호를 내비치면서 예·적금 금리는 재차 올라갈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1월과 2월 중 인상 시기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내년 두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가 1.50~1.75%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로서는 내년 기준금리가 몇 차례 더 오를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의 부동자금 이동을 부추길 은행 예·적금 금리 인상이 덩달아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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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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