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5년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한국이 만들어 낸 글로벌 흥행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흥행이 발판이 돼 전 세계 신드롬으로 번졌다. 당시 ‘킹스맨’ 인기 원동력은 ‘스파이 장르’ 원형 파괴였다. 영국 출신 스파이 장르라면 전통적인 ‘007’ 시리즈가 있다. 클래식과 전형성이란 고정관념이 가장 뿌리깊게 박힌 장르 대명사다. ‘스파이 장르는 이래야 된다’란 교과서적인 면을 모두 갖춘 클래식 걸작이다. 하지만 ‘킹스맨’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있었다. 우선 전형성에서 자유로웠다. 특히 가장 큰 차별성은 액션이었다. 클래식 장르 속 액션이 아닌 이른바 디지털 세대 액션이라 불릴 다이내믹함이 도드라졌다. 이런 인기 요소는 2편까지 이어지면서 흥행 연타에 성공했다. 그리고 3편이다. 3편은 앞선 두 편의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무려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주요 모티브다. 그 시기 그 사건 배후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고, 그래서 ‘킹스맨’이 만들어 지게 됐단 상상력. ‘킹스맨’ 시리즈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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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의 시작은 비극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무고한 희생을 만들어 내는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그 전쟁은 아내를 빼앗았다. 그리고 아들 콘래드마저 뺐어 가려 한다. 아내의 죽음 앞에 아들을 지키겠다 약속했다. 하지만 아들은 성장하면서 남자로서, 국가에 충성하고 명예를 지킬 기회를 갖고 싶다며 전쟁 참여를 원한다. 아들의 뜻을 꺾을 수 없던 옥스포드는 아들의 입대를 바라본다. 하지만 아들 역시 전쟁에서 결국 희생된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안 된 일이었다. 옥스포드는 실의에 빠져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결국 세상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자신의 집안 집사 숄라(디몬 하운수), 콘래드의 유모였던 폴리(젬마 아터튼)와 함께 이 모든 죽음의 시작, 그리고 전쟁을 일으켜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베일 속의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국 총리 관저 근처 테일러숍 ‘킹스맨’. 그저 평범한 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런 수제 맞춤 수트 가게. 영국의 상류층들만 이용할 수 있는 최고급 수트를 제작하는 곳. 하지만 이미 알다시피 이곳은 비밀 정보기관 본부다. 최첨단 시스템과 전 세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갖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 1편과 2편 주인공 ‘에그시’가 몸 담던 곳, 그리고 그의 멘토 ‘해리’가 일하던 조직. 2편에서 죽음으로 에그시와 해리를 살린 ‘멀린’이 일하던 곳. 도대체 이 곳은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생겨난 곳 이었을까. 무슨 이유 때문에 누가 왜 만든 것 일까. 왜 그들은 이름이 아닌 영국 신화 속 주인공 이름으로 불릴까. ‘킹스맨’ 시리즈와 세계관을 구축한 메튜 본 감독은 이 질문과 의문을 1편과 2편을 연이어 성공 시키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제시한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프리퀄이란 개념에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집중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왜?’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조리 끌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고 또 나열한다. 왜 양복점을 조직 본부로 선택하게 됐는지, 그리고 멤버들은 왜 영국 ‘아서왕’ 신화에서 따온 인물들을 코드명으로 사용하게 됐는지. 이들은 왜 악과 싸우는 선택을 했는지. 악과 싸우는 원동력과 이유가 왜 필요했는지 등.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는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 전부 들어가 있다.
얘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때론 다소 작위적이고, 국내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신파적 요소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딱딱함 속에 기묘한 포인트가 섞인 특유의 영국식 언어적 유희는 ‘킹스맨’ 시리즈 정체성을 유지시키는 힘 중에 하나다. 처음 시작인 프리퀄부터 이 시리즈의 정체성은 짚고 넘어가는 선택이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프리퀄이란 정체성에 더 힘을 주고 집중한 탓에 ‘킹스맨’은 의외의 다른 자아가 튀어 나와 버린 꼴이 됐다. 왜? 그리고 어떻게? 무엇을? 등에 대한 연속된 질문에 대한 해답만 연이어 제시하는 전개는 이 시리즈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해진 길을 외면하게 만든다. 질문에 대한 답만 연이어 쏟아내니 말만 많아진 얘기가 돼 버렸다. 드라마적 요소가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신드롬 주인공이던 ‘킹스맨’은 이런 피지컬은 아니었다.
예상과 다른 외형의 ‘킹스맨’이다. 다른 외형의 킹스맨은 액션도 달랐다. 1편과 2편에서의 액션은 스타일리쉬와 디지털 세대의 화려함 그리고 ‘킹스맨 스타일’이라고 불러야만 할 설명 불가능한 확실한 색깔이 더해진 완전히 다른 영역의 액션이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클래식이 기본이다. 시대적 배경인 1900년대 초반. 때문에 검술 액션이 메인이다. 여기에 고전적 형태의 총기 액션이 더해진다. 그리고 육탄전. 익숙한 전형성이다. 중반 이후 등장한 빌런 라스푸틴과의 검술 대결에서 선보여 진 발레를 응용한 액션 스타일은 꽤 흥미로운 시도다. 하지만 그것뿐. ‘낙하산의 원형을 킹스맨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설정도 재미를 더하지만 그 이상을 나아가진 못한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오히려 이번 프리퀄에서 흥미를 더한 지점은 ‘빌런’들이다. 제정 러시아 시기 ‘요승’으로 불리던 라스푸틴이 실명 그대로 등장해 기괴한 행태를 보인다. 실제 역사에서도 등장한 라스푸틴의 최후가 영화에서도 모티브가 돼 묘사된 장면이 삽입된다. 라스푸틴 뿐만이 아니다. 1차 세계대전이 촉발된 사건 자체가 ‘킹스맨’에 대항하는 빌런 집단의 치밀한 계획이 만들어 낸 것이란 설정도 눈에 띈다. 당시 열강인 영국과 러시아 독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유럽 전역을 지배한 의문의 인물이 조종한 모든 사건의 이유도 실제 역사적 배경을 적절히 끌어와 영화적 상상력과 배합시켰다. 영국과 러시아 그리고 독일을 오간 전설적인 실존 스파이 마타하리의 존재감도 재미적 요소다. 영화 말미쯤 제정 러시아를 무너트린 러시아 공산 혁명의 리더 레닌까지 등장시키면서 볼 거리를 제공한다. 쿠키 영상에선 레닌과 함께 유럽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악의 빌런이 깜짝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정체성에 가장 충실한 결과물이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이 세계관을 좋아하고 주목했던 관객이라면 궁금했던 몇 가지를 분명히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다른 지점을 예상하고 또 예측하고 극장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크게 실망한다. 12월 22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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