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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AIRS컴퍼니 "자동차 넘어 'AI 첨병' 역할할 것"
이청재 책임연구원,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 필요한 R&D에 집중"
정의선 회장 주도로 2018년 출범…작년 CIC로 격상
김정희 AIRS컴퍼니 총괄, 전무로 승진…조직 확대 전망
2021-12-21 06:00:00 2021-12-21 10:01:4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자동차 그룹 전반의 가치 사슬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한다는 점이 회사의 주된 목적이자 특징이죠."
 
현대차(005380)그룹의 AI 연구 및 서비스 전담 조직을 통합해 지난 2018년 사내회사로 출범한 'AIRS컴퍼니(AI Research & Service Company)'의 이청재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이전과 같은 의사결정 속도와 소통 방식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내다본 정의선 그룹 회장의 시각이 AIRS컴퍼니에 오롯이 녹아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2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보통신기술(ICR)이 접목된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현대차의 비전을 AI 전문인력 책임자답게 기술적 부분에서 상세히 말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 언급한 말을 소개하며 AIRS컴퍼니의 성과와 역할을 강조했다. 즉 "정보통신(IT)기업보다 더 정보통신(IT)기업 같아져야한다"는 정 회장의 생각이 비로소 AIRS컴퍼니를 통해 구현되고 있고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AIRS컴퍼니는 현대차그룹의 AI 기술 개발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AIRS컴퍼니를 총괄하고 있는 김정희 상무는 이번 그룹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AIRS컴퍼니가 현대차그룹의 'AI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그룹의 힘이 실릴 것이라는 방증이다.
 
이 연구원은 "다른 연구소가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양산 기술을 위주로 개발한다면 저희는 전반적 가치 사슬 측면에서 연구·개발을 한다"며 "정의선 회장이 추구하는 AI 전략의 핵심 조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AIRS컴퍼니에서 AI 분야 핵심 축인 '자연어 처리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청재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이청재 현대차 AIRS컴퍼니 책임연구원 사진/조재훈 기자
 
AIRS컴퍼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 
 
AIRS컴퍼니는 2018년 말 현대차가 그룹 차원의 모빌리티 시장 대응을 위해 AI 전담 별도 조직인 AIR랩(AI Research Lab)을 신설하고 당시 네이버랩스의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근무하던 김정희 전무를 총괄임원으로 영입한 것이 시초다. 이후 김준석 파파고 리더, 김수영 네이버 지도 기획 리더 등이 합류하는 등 다양한 조직에서 입사한 10여명과 현대차그룹 사내 인력이 모여 초기 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단순 AI 연구뿐 아니라 실제 상용 서비스를 출시 및 운영하며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AIR랩에서 AIRS컴퍼니로 변화했으며 현재는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이 합류해 CIC (Company In Company)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AI 기술 중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주로 음성, 언어, 비전 데이터를 다루는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개별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지만, 자동차 안에서 서로 융합돼 차량용 대화 에이전트 서비스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대화 에이전트는 자동차 내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채널로, 최근 AI 스피커나 스마트폰 등에서 음성 대화 에이전트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가까운 시일 내 자동차 안에서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현재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구글이나 아마존 등과 제휴도 하고 있지만, 내재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AIRS컴퍼니는 단순히 연구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닌, 실제 회사 사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체 서비스도 출시 중이다.  셔클과 H-트랜스레이터 등 상용 서비스를 내놨다. 나아가 출시한 서비스로부터 수집한 대규모의 데이터는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또 다른 AI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차량용 대화 에이전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한 자동차 환경에 특화된 음성 인식, 합성 기술과 자연어 처리 기술들을 이용해 음성으로 자동차와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를 건다든지 목적지를 바꾼다든지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UX와 AI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차량용 대화 에이전트 기술이 출시될 경우 가까운 미래에는 후석 카시트에 앉은 자녀들이 음성으로 RSE(RearSeat Entertainment)에서 뒷좌석 모니터를 터치가 아니라 음성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거나, 얼굴 인식을 통해 차를 탔을때 어떤 사람이 탔는지 인지를 하고 목적지를 바로 세팅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AI 비전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졸음이나 부주의 상태를 탐지한 후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말을 걸어 노래와 게임 등을 제안해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개발 기술 중 실생활에 적용된 사례가 있나. 
 
현대차의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 '셔클'이 대표적이다. 셔클은 내 차처럼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요 응답형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가장 큰 차별점은 자체 개발된 AI 최적화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배차 및 경로 생성 기술을 활용하고 이동 시간을 최소화해준다는 점이다. 승객들의 승하차를 AI 비전 기술로 자동 탐지해 운전자가 승객의 착석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준다. 
 
회사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셔틀버스가 없는 학원을 가야 하거나, 동네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등 가까운 거리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근접 거리를 적시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셔클이 그 결과물이다. 정해진 정류장에서 정류장까지의 이동이 아닌 실시간으로 바뀌는 경로를 운행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미래 모빌리티인 셈이다.
 
실제 셔클은 2020년 서울 은평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세종시에도 정식 운영되는 등 고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2022년에는 파주 등 경기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청재 현대차 AIRS컴퍼니 책임연구원 사진/조재훈 기자
 
AIRS컴퍼니 조직의 분위기는 어떤가.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 나간다'는 모토가 회사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조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개발해 출시하는 과정은 흔히 겪을 수 없는 의미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조직원 개개인이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또 다양한 회사의 긍정적 문화를 결합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산업 군에서 합류한 경력 구성원들이 기존 회사에서 경험한 긍정적인 문화들을 전파해 AIRS컴퍼니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어서다.
 
출범 때부터 '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으며 조직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 정도로 굉장히 젊다. 팀원들이 임원, 팀장과도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런탓에  도전적인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와 구성원 누구든 조직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긍정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에 따라 이른바 '꼰대' 문화는 솔직히 없다고 자부한다. 임원들이 사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업무도 대부분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로 개발하는 AI는 자동차에 특화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차량에 적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성'이다. 예컨대 주변 잡음이 많은 환경에서 음성 인식 실패가 빈번하면 운전 중 화면 터치를 유도하게 된다. 이는 곧 운전자의 집중도 저하를 불러오고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AIRS컴퍼니는 차량 노이즈 환경에서도 정확한 답변이 가능한 우수한 음성 언어 처리 기술과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VUX(Voice User eXperience)'가 적용된 대화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무선(OTA)으로 일부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출시된 자동차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선 업데이트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AIRS컴퍼니는 출시 전부터 업데이트 방식을 고려해 구조를 설계했다.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연동을 최대한 표준화하고 심플하게 만들어 해당 기능의 어플리케이션만 업데이트가 돼도 추가 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서비스를 차량 내부가 아닌 원격 서버에서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있는데 그것도 수월한 업데이트를 위한 방편 중 하나다. 
 
앞으로 어떤 개발과 사업에 집중할 것인가. 
 
AIRS컴퍼니는 연구실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나와 내 가족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타사의 AI 전담조직이나 사내회사가 오랫동안 운영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자리를 잡아온만큼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내놓는데 주력할 것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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