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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라 존스 “첫 캐럴 앨범, 팬데믹 시기의 위로”
내년 데뷔 20주년 맞는 ‘그래미의 여왕’
“장르 구애 받지 않아…진실된 가사 그것으로 충분”
2021-12-21 06:00:00 2021-12-22 11:01:2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그래미의 여왕’ 노라 존스의 목소리는 에스프레소 같다. 진하고 깊은 고유의 음색을 다양한 장르에 묻어내며 존스만의 장르를 만들어왔다. 정갈한 팝 사운드부터 끈적거리는 블루스와 재즈, 리드미컬한 컨트리, 진폭의 다이내믹을 만드는 록에 이르기까지. 
 
“재즈와 관련된 경험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항상 여러 장르를 만나는 데 두려움이 없었어요. 노래를 계속할 수 있고, 진실 되게 가사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내년으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노라 존스가 ‘그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소회’를 묻는 본보 기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존스는 데뷔작 ‘Come Away With Me(2002)’을 시작으로 총 9번이나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세계적으로 50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보유한 인물. 지난 10월 데뷔 후 첫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I Dream of Christmas(아이 드림 오브 크리스마스)’을 전 세계 발표했다. 6곡의 캐럴 자작곡을 포함해 존스 느낌으로 새롭게 해석한 고전 10곡을 담았다.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일 서면으로 만난 존스는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록다운 1년차 때 기대할 만한 것이 필요했고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코로나19 록다운 상황에서 집에서 소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다 구성한 앨범”이라 소개했다.
 
제임스 브라운의 ‘Funky Christmas(펑키 크리스마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Christmas Album(크리스마스 앨범)’을 듣다 별안간 ‘나만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크리스마스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답고 마법과 같은 시간입니다.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어주죠. 크리스마스 음악 역시 추억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작업에 영향을 준 곡 중 하나로는) 듀크 엘링턴의 ‘Sugar Rum Cherry’도 있습니다.”
 
샤론 존스, 라 나 델레이 같은 21세기 걸작 소울 앨범을 만들어온 프로듀서 레온 미셸이 앨범 지휘를 맡았다. 여기에 빌 프리셀, 존 스코필드 등 거장들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온 재즈 기타리스트 토니 쉐어, 올해 초 그래미 ‘베스트 재즈 인스트루멘털 앨범’ 상을 수상한 재즈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 2014 그래미 ‘베스트 R&B 앨범’에 후보로 올랐던 트럼펫터 데이브 가이가 참여했다.
 
“레온 미셸은 정말 훌륭한 프로듀서였고, 명연주자들과 앨범을 만드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었어요. 녹음과 후반 작업까지 어떤 게 어울릴지 계속해서 논의했고 재밌는 것들을 계속 해서 앨범에 더해갔어요.”
 
노라 존스 'I Dream of Christmas' 커버 이미지.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에스프레소 같은 존스의 목소리는 직접 작곡한 재즈 발라드나 블루스 넘버에도 은은하게 잘 묻어난다.
 
타이틀곡이자 앨범 포문을 여는 ‘Christmas Calling(Jolly Jones)’에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힘들었던 한 해를 떠나보내고, 안락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자 하는 팬데믹 시대 캐럴인 셈이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가족 같은 지인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이 앨범 전체 콘셉트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노래죠. 마지막에는 파티 분위기도 나고요.”
 
캐럴 명맥을 짚어볼 수 있는 고전들도 존스의 음색으로 새롭게 가창됐다. 빙 크로스비가 최초로 부른 ‘white christmas(1942)’를 필두로 우리나라에선 ‘스누피’로 잘 알려진 만화 ‘찰리브라운’의 작곡가 빈스 괴랄디의 ‘Christmas Time Is Here(1965)’처럼 귀에 편안하게 꽂히는 곡들도 많다.
 
“세상에 멋진 크리스마스 곡들은 사실 넘쳐나죠. 그 중에서도 제가 부르고 싶었던 곡들을 골랐고 그 이후에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들어맞았습니다. 저에게 완벽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노라 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존스는 데뷔작 ‘Come Away With Me(2002)’으로 세계 대중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킨 뮤지션이다. 이듬해 그래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5개 부문(‘베스트 뉴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을 석권했다. 이후로도 허비 행콕, 푸 파이터스 등과 협업한 곡들로 지금까지 총 9번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니 제 인생의 굉장한 기준점을 통과한 것 같아 놀랍네요! 앨범을 만들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고 그런 성공들이 제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내년 여름에 투어를 다닐 수 있기를 바라요. 투어를 안 한지 너무 오래됐네요.”
 
2005년 내한 당시 자신의 음악을 ‘노라’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제 장르를 ‘노라’로 이름 붙이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특정 장르에 분류되기보다 저 자신처럼 노래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의미를 바로 잡았다.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국에 방문해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작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올해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좀 아늑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핸드폰은 잠시 꺼두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맛있는 걸 먹고 시간을 보낼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크리스마스 음악으로부터 더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이 앨범을 만든 건 이런 시기에 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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