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적정성을 지적받은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에 맞춰 즉각 수신금리를 조정하자 정기예금으로 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증시·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더해지면서 자금 이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제출한 지난 8일 기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총 657조3756억원으로 11월말 654조9438억원 대비 2조4318억원 늘었다. 예금잔액은 6영업일 만에 11월 전체 정기예금 증가폭(2조685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전달 기준금리 인상 하루 전인 11월24일(653조1354억원)과 비교해서는 4조2402억원 늘어나는 등 보름 사이 4조원이 넘는 돈이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됐다.
정기예금의 빠른 확대는 이들 은행들이 빠르게 수신금리(최대 0.4%p)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달 25일 이후 하나·우리은행(26일)을 시작으로 국민은행(29일), 신한은행(29일), 농협은행(30일)까지 연이어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이들 은행들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때는 일주일가량 시차를 두고 수신금리를 조정했지만, 이번에는 5일 만에 인상에 들어갔다. 예금과 대출 금리차가 크다는 비판에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산정 체계를 살피겠다고 하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폭도 커졌다. 8월과 11월 기준금리는 동일하게 0.25%p 올랐지만, 이번 수신금리 인상폭은 직전 대비 0.1%p 더 높다.
또 최근 증시 불안에 더해 가상화폐 가격이 재차 빠지는 등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도 자금 이동을 부추겼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2900선 안팎에 머물며 조정이 길었는데, 11월 일평균 거래대금도 11조6893억원으로 집계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날은 올해 총 7거래일로 전달에만 5거래일이 몰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지난 주말 한때 2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몇 달 전만 해도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잔액이 정기예금에 앞섰는데, 최근에는 역전됐다. 투자심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금 준거금리 인상으로 특판상품의 경우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2%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신금리 인상에도 은행 수익성은 당장 악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조달비용이 연 0.1%에 불과한 요구불예금이 비중이 여전히 커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를 상쇄하고 있어서다. 실제 5대 은행의 8일 기준 요구불잔액은 649조7464억원으로 11월말 642조8324억원보다 되레 7조원가량이 불어났다. 수신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나지만,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크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신규 수신금리가 잔액 수신금리를 역전했다"며 "그러나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던 (신규-잔액) 대출금리 차이는 8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조달금리 대비 대출금리의 가격조정 주기가 빨라 향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순이자마진(NIM)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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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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