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아닌 생명이다)①법감정 못 미치는 동물학대범 처벌
범죄 질 갈수록 '참혹·잔혹'…처벌은 솜방망이
최근 10년 1심 선고 304명 중 '실형' 10명 뿐
60% 넘는 183명 벌금형…징역형 29명은 '집유'
"변화된 사회요구 보다 기존 판례 적용 그쳐"
입력 : 2021-12-08 06:00:00 수정 : 2021-12-08 0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인 지금도 동물 학대가 반복되고 있다. 민법상 물건에 불과했던 동물, 특히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최근 달라지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과 예방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판례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 동물이 물건 지위에서 실질적으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편집자주>
 
#A씨는 지난해 9월 자택 앞에서 개들이 시끄럽게 짖는다며 각목으로 수차례 때려 한 마리를 죽이고 다른 한 마리 눈 부위에 상해를 입혔다. A씨게 선고된 형은 벌금 1200만원. 재판부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 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생명 경시 행위"라면서도 "피해 견주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웃 주민 여러명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A씨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보인다고도 했다. 피해는 동물이 입었지만 소유주의 처벌불원과 이웃들의 탄원 등 사람의 이익을 중심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국민 셋 중 한 명 수준이지만 참혹한 동물 학대 살해범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동물자유연대의 '동물학대 판례평석'을 보면, 2010년~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1심 선고 받은 304명 중 183명이 벌금형이었다. 징역형은 39명이 받았는데 그 중 실형은 10명에 불과했다.
 
동물보호법은 지난 1991년 제정 이후 꾸준히 개정됐다. 합리적 이유 없는 살해와 상해 등을 금지했지만 처벌은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나 과료였다.
 
2011년 징역형 추가
 
동물 학대 금지 규정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2007년 목을 매달거나 같은 종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식으로 조항이 구체화됐다. 2011년에는 징역형이 추가됐다. 2016년 '강아지 공장'과 2018년 '애니멀 호더'가 문제 되자,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금지와 최소한의 사육 공간 마련 조항이 생겨났다.
 
하지만 민법상 물건인 동물을 사람이 점유했는지 여부가 여전히 쟁점이었다. 경의선 레스토랑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 학대 살해 사건도 그랬다. 평소 고양이를 싫어했던 B씨는 지난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자두의 꼬리를 잡고 내리친 뒤, 다른 고양이가 보는 앞에서 머리를 수차례 밟아 죽였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피고인은 자신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동물보호법보다 3년 이하 징역이 적용되는 재물손괴죄를 중점으로 다퉜다. B씨는 자두가 주인 없는 길고양이어서 재물손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올해 2월부터 동물을 학대해 죽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형법은 3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자료/동물학대 판례평석.
 
 
시대 반영한 양형기준 필요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형량은 여전히 가볍다. 지난달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어 전문방 사건' 피고인 C씨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때문에 가해자들이 안심하고 동물학대를 멈추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형량 강화가 실제 양형으로 이어지지 않아 양형기준으로 일관되게 처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은 강력범죄가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잔인했는지 등에 따라 감경과 가중, 형량 범위 등을 나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판사들이 기존 판례를 참고해 판결을 내리다 보니, 변화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며 "동물 학대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기준 중 하나가 양형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형량 강화 이후 처벌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유림 법무법인 율담 변호사는 "양형기준이 없어서 기소 후 재판을 해도 재판부 재량으로 선고 된다"며 "검사는 양형기준을 참작해 가중사유와 감경사유로 적정 양형을 보고 구형하는데 판결문도 양형기준이 나온다. (동물 학대 범죄도) 그렇게 되면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B금융그룹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지난해 604만 가구로 전체의 29.7%를 차지해 30%에 육박했다. 반려인은 1448만명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의목소리가 지난 6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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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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