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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옥’ 김현주, 그가 세상 구할 열쇠 쥐고 있다
‘지옥’ 출연 연상호 때문 망설였던 이유…“고집스러울 것 같았다”
“6화 마지막 그 장면 촬영 ‘소름’ 돋았다. 내가 인류 구원한 느낌”
2021-12-06 01:35:01 2021-12-06 08:39:0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굳이 구분을 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요즘 같은 다채널 시대에 이런 구분은 무의미를 넘어 죽은표현일 뿐이다. 누군가는 배우란 표현을 쓰고 누군가는 탤런트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특정해 쓰였다. ‘탤런트는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 전적으로 등장해 온 연기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했다. 김현주를 이 두 가지 중 하나로 부르자면 사실 탤런트에 가깝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의 스크린 필모그래피는 2004신석기 블루스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탤런트면 어떻고 배우면 어떤가. 지금은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넘어 OTT가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한 세상이다. 이건 사실 시선을 바꿔 보면 배우들의 경쟁력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공급라인이 많아진단 건 그만큼 상품의 질적 수준이 담보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 지옥의 글로벌 1위 기록은 어떤 명분을 거론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중심에 선 김현주의 존재감은 막강하다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특히 탤런트이미지가 강한 그를 영화 감독이 정체성인 연상호 감독이 지옥속 메인 주인공 한 명인 민혜진역에 캐스팅했단 점도 그의 내공을 인정하고 증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었다.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사실 김현주도 연상호 감독의 에 의외였다고 한다. 영화 출연이 오래된 경력도 그랬거니와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생소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웹툰이 원작이란 점도 낯설었다고. 작품에 대한 못미더움이 아니었다. 사실 김현주는 놀랍게도 지옥출연 제안에 선뜻 오케이를 전하지 못했던 이유로 연상호이름 석자를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 의심 등이 아니었다. 그의 성공적 결과물에 대한 배우적 두려움이 가장 적절할 듯했다.
 
제가 작품 선택을 사람을 보고 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감독님 때문에 조금 망설였어요. 연상호란 이름 석자는 확고한 자기 세계관이 구축된 느낌이잖아요. 그냥 그 분을 만나기 전에는 엄청난 연출자의 고집이나 아집이 느껴졌어요. 내 의견이 들어갈 틈이 없겠다 싶었죠. 그런데 만나보니 이렇게 유쾌한 분이었다고라 할 정도로 반전이었죠. 경직될 것이라 생각했던 마인드도 너무 심각할 정도로 유연했어요. 하하하. 놀라웠죠.”
 
우선 김현주는 지옥의 원작 웹툰 사전 정보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굉장히 놀랐단다. 너무도 직설적인 제목이 시선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었다고. 이런 제목의 대본을 안 읽을 자신이 없었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판타지 장르로 생각했다고. 하지만 점차 페이지를 읽으면서 연상호 감독이 그리는 지옥에 빠져 들었고 원작 웹툰 인기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대본을 받고 원작이 있단 걸 알았죠. 아무 정보 없이 원작을 봤어요. 알고 보니 엄청난 팬덤이 있는 히트작이라고 해서 놀랐죠.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강렬하잖아요. 지옥?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지옥? 그리고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이고 세밀하고 또 소름끼치게 묘사를 했을까 싶었죠. 그 지옥이 우리가 사는 지금 현실이란 걸 알게 되면서부턴 더 끔찍했어요.”
 
김현주가 연기한 민혜진은 변호사다.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 의장이 이끄는 새진리회를 반대하는 인물이다. 후에 그는 새진리회가 장악한 세상을 다시 뒤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지하세계 새진리회 단체 소도의 수장이 된다. 인간 위에 믿음이 존재한다는 초법적 세상을 부인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세상의 원칙을 위해 싸우는 인물이 바로 민혜진이다.
 
“’민혜진이 저와 되게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민혜진을 연기했다기 보단 제가 민혜진과의 공통점이 뭔지 먼저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내가 민혜진이 됐고 나라면 이때 어떻게 했을까를 연신 고민하면서 연기했던 거 같아요. 특히 1화부터 3화 그리고 4화부터 6화까지의 민혜진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등장하잖아요. 그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죠. 여기에 너무 정의롭지도 그렇다고 너무 고집스럽지도 않게 상식적인 모습을 많이 그리려고 밸런스를 잡는 걸 많이 신경 썼어요.”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사실 김현주를 가장 당황스럽게 한 건 액션이다. 올해 1977년생인 김현주가 배우 생활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화해 본 액션이라고 해봐야 뺨 때리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옥에선 차원이 달랐다. ‘차원이 달랐다란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다른 액션 연기가 그를 기다렸다. 웬만한 액션 전문 배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도 높은 액션 연기였다. 때리고 맞고는 이제 이골이 났다고.
 
당연히 걱정도 됐고 설레는 마음도 있었죠. 저는 항상 작품을 준비하고 인물을 준비할 때 감정에 치우친 준비를 주로 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이 액션 스쿨에서 몸 쓰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근데 되게 웃겼던 게 제가 그렇게 액션 스쿨에서 구르고 주먹을 뻗고 발차기를 하고. 이런 걸 몇 개월을 하다 보니 제가 정말 굉장히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는 아주 성실한 배우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받아서 웃기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어요(웃음)”
 
김현주가 연기한 민혜진은 이번 지옥시즌1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다. 마지막 6화에서 그는 지옥전체의 메시지나 다름 없는 희망을 잡아낸다. 그의 마지막 장면이 연상호 감독이 그리고 싶어했던 지옥이 만들어 낸 현실의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단 사람들의 희망을 그린 마침표 같은 지점이었다. 그걸 김현주의 민혜진이 담당했다. ‘지옥을 보는 시청자들을 대신한 작업이었다.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말씀 드리면, 마지막 장면 촬영에서 소름이 돋기도 했어요. 제가 인류를 구원하는 느낌까지 들었어요(웃음). ‘지옥자체가 인간의 나약함이 만들어 낸 혼란과 그걸 지키고 싶은 자율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라고 봤는데, 제가 그걸 지켜낸 것 같았어요. 촬영 당시에 감격스러움까지 있더라고요. 촬영하면서 그런 느낌은 진짜 처음이었어요.”
 
고집스러울 것 이라 선입견을 가졌던 연상호 감독과 지옥을 함께 했고, 글로벌 1위란 보너스까지 받았다. 시즌2 제작이 확정된다면 김현주의 민혜진은 아마도 분명 다시 등장할 것 같다. 김현주도 난 다시 나오지 않겠나라며 웃는다. 현재는 연상호 감독과 지옥이 아닌 영화 정의를 촬영 중이다. 연상호 월드에서 조금 더 지옥을 통해 느꼈던 즐거움을 만끽 중이란다.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지옥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곧바로 제안을 주셨어요. ‘지옥촬영이 너무 즐거웠었기에 또 하고 싶었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제가 또 도전해 보고 싶은 내용이었어요. 저한테 이런 모습도 있단 걸 알게 해주고 또 그걸 끄집어 내 주신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 드려요. 아직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근데 계속 연달아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네요. 올해 그리고 내년까진 작품으로만 열심히 모든 걸 쏟아 내볼 생각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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