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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생존, ESG에 달렸다)①"ESG, 소비자와 고객사에게 선택받는 길"
2021-11-29 07:00:10 2021-11-29 07:00:1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 중국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에게 윤리적 제조인증 프로그램인 WRAP 인증 갱신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 B사는 6개월마다 반복되는 인증 갱신에 수천만원이라는 비용이 드는 점을 부담스럽게 여겨 인증을 포기했고, 결국 유럽 바이어와 거래가 끊기고 말았다. 
 
중소기업에게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A기업체 같은 수출 중소기업에게는 ESG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 같은 재무적인 요소 외에 환경(E·Environmental), 사회(S·Social), 지배구조(G·Governance)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가 기업의 손익을 좌우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애플이나 BMW, DHL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공급망 행동규범을 통해 협력사의 ESG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패널티를 부여하거나 신규 거래 여부 판단시 가점을 부여하기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과 SK하이닉스, LG전자, LG화학 같은 국내 대기업까지 협력사 ESG 위험 관리에 동참하고 있다. 이같이 중소기업이나 수출 중소 B2B(기업간 거래) 기업의 ESG 성과에 따라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ESG는 역으로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중소기업의 경우 윤리적 소비 확산 속 ESG 성과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미래세대의 소비문화에는 기업과 제품의 친환경적·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가치소비가 자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의 'MZ세대 가치소비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928명 가운데 '나는 가치소비자'라고 답한 비율은 79%로 나타났다. ESG활동 가운데 환경(65%·E)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고, 사회적가치(29%·S)와 지배구조(6%·G)가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최근 한 피자가게가 한부모 가정에 피자를 선물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몰려 매출이 늘고,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 후원으로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선행을 베푼 기업이나 가게에 소비를 몰아주는 가치소비를 뜻하는 신조어인 '돈쭐내다' 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중소기업의 ESG 대응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ESG경영 준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기업은 58%에 달했다. 하지만 ESG 경영 대응에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5.7%에 불과했으며 '준비할 계획이다', '관련 준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각각 39.7%, 34.6%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ESG 가운데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환경부문(47.7%)이었다. 사회(32.8%), 지배구조(15.1%)순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환경부문 중 가운데 온실가스, 폐기물 감축 등 환경오염 저감(18.4%)과 환경 법규 준수(16.7%)가 가장 어렵다고 응답했다.주로 비용부담(37%)과 전문인력부족(23%)이 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ESG관련 전담조직이 없는 기업은 76.3%에 달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ESG에 대해 CSR활동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지역사회기부와 재생제품 사용 같은 기존의 사회공헌활동 중심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ESG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기준이나 개념등이 아직 모호해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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