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로 중단하다시피 했던 해외 영업망 확대 움직임을 재개했다. 주요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데다, 2년 사이 달라진 현지 당국의 규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미국 뉴욕에 자본시장 데스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자문사를 찾고 있다. 뉴욕지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기업금융(IB)을 맡고 있어서 여기에 자본시장 업무를 추가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문을 연 싱가포르지점도 개설 전 이와 같은 사전자문을 구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점은 기업금융을 비롯한 투자금융, 자본시장, 증권 등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볼커룰'(은행의 위험투자 제한) 개정에 따라 자본시장 24시간 트레이딩 체계의 완성도를 제고하기 위한 시도"라면서 "엄격한 규제 준수가 필수인 만큼 법 체제에 맞는 비즈니스 범위와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작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오는 23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으로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에 나선다. 중소기업금융 협력을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를 겸해 런던지점과 내년 사무소 개설을 계획 중인 폴란드를 둘러볼 계획이다. 폴란드는 현대차·기아 등 국내기업 협력업체들이 다수 진출한 곳이다. 기업은행은 그간 사무소 개소를 추진해 왔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늦춰졌다.
농협은행은 코로나19 시기임에도 올해 해외 영업망 확대에 가장 분주했다. 8월에는 런던사무소를 개소했으며, 베이징(4월 예비인가), 홍콩(4월 최종인가), 시드니(7월 현지 사업체 등록) 등 3개 지점 문을 연내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헝가리 국립은행으로부터 인가를 취득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대표사무소를 개소했다. 하나은행은 대만 현지 당국으로부터 6월 타이베이지점 개설을 인가받았다.
그간 은행들은 국내 시장 과부하와 영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이유로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엔 코로나19 영향에 적극적인 영업과 네트워크 확장은 주춤했다. 반면 이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운용자산 수익률이 커지면서 작년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이상 성장한 약 5755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그 기세는 유지 중이다.
해외 진출은 경영진들이 자신의 성과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해 관심도가 높은 영역이다. 또 해외 법인에서 좋은 경영실적을 낸 임원들은 이런 경험과 공적을 높게 평가 받아 승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 법인장을 지냈으며,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등 외적요인에 영향을 받는 여신과 수신 업무와 달리 디지털, 해외 지점 진출은 경영진들의 능동적인 경영성과를 드러내는 영역으로 분류돼 이들의 관심도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진출에 대한 움직임을 재개한 가운데, 국민은행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KB캄보디아은행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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