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파웰 레이블서 음반 낸 한국 피아니스트 정은혜
앨범 '놀다'…오는 20일 첫 솔로 공연
2021-11-09 17:51:58 2021-11-10 10:51:2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손가락을 마찰시켜 내는 건반의 파열음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광대한 에너지를 일렁인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정은혜가 한국인 최초로 재즈 명가인 ESP-Disk 레이블에서 솔로 앨범 '놀다(NOLDA)'를 냈다.
 
1963년도 설립된 ESP-Disk는 앨버트 아일러를 시작으로 오넷 콜맨, 선 라, 버드 파웰, 폴 블레이, 매튜 쉽 등 재즈 거장들의 음악을 담아낸 뉴욕 유서 깊은 재즈 레이블이다. 
 
레이블 현 대표인 스티브 홀제는 "정은혜의 음악은 프리 재즈계에서 독창적"이라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앨범은 이미 미국 최대 재즈 라디오 채널인 'WBGO'의 '2021 하반기 주목할 앨범' 프리뷰 기사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적인 음형 이면에 먹으로 난을 치듯 광대한 동양적 미학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클래식 공부, 한국 전통음악의 깊은 몰입, 명문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갈고닦은 컨템퍼러리 재즈 요소들을 한 데 섞어냈다.
 
인터벌의 조음과 굉음, 낮은 영역대의 코드들이 형성하는 경외감('Perspective Shifts')을 지나면 판소리 미학과 극적인 발성, 타악의 긴장감('Rooted')이 약동한다.
 
모던 클래식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위('Strange Rocks'), 트레몰로와 침묵의 긴장('Columnar Jointing') 등의 요소가 땀을 쥐고 앨범을 끝까지 듣게 한다.
 
정은혜는 "이 앨범은 내 몸과 영혼에 새겨진 한국의 자연을 반영한다. 15~19세기 주요 화가들의 산수화 전통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음악은 나에게 십대 시절부터 갈망해온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고 마침내 구현해내는 매개체였다. '놀다'는 몸, 마음 그리고 세계로 이뤄진 물리적 현실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동시에 초월함을 의미한다."
 
미국 보스턴 소재 버클리 음대 출신인 정은혜는 졸업 후 다년간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오며 재즈 거장 와다다 레오 스미스, 첼리스트 이옥경 등의 아티스트와 협연했다.
 
대표작으로는 지난해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판소리와 함께 공연한 실황 앨범 '존재들의 부딪힘, 치다'(판소리 배일동, 드럼 서수진, 첼로 지박)가 있다. 
 
오는 20일 JCC 아트센터에서 모국 첫 솔로 피아노 공연 '즉흥 솔로 피아노 - 정은혜, 김은영'(플러스 히치)을 연다.
 
정은혜. 사진/ ⓒeunhyejeong.com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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