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탄핵의 늪에 전두환까지 소환…중도층·2030 이탈에 국힘 '비상'
"'전두환 미화' 정치사에 남을 망언"…"항의 전화로 몸살" 호소
2021-10-22 17:17:58 2021-10-22 17:24:04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윤석열, 그런 정신머리 가지고 발 붙일 생각 말아라. 김재원, 참 가관입니다. 구태 가치관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겁니다." 
 
김영훈 사단법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잇단 '전두환 미화' 발언에 대한 호남 민심을 묻자 광주 반응을 "난리죠. 시끄러워요. 부글부글합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이 때아닌 전두환씨 소환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준석 대표 출범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는가 싶었는데 대선 국면을 맞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등장했다. 유승민 후보를 향한 '배신자' 프레임도, 윤석열 후보를 향한 '보수 궤멸' 주장도 모두 박 전 대통령에서 비롯됐다. 급기야 전두환씨마저 미화와 옹호의 대상으로 소환되며 스스로를 궁지로 내모는 모습이다. 애써 잡았던 중도층 표심과 2030 지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9일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망언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김재원 '전두환 미화'에 '중도층·2030 이탈 우려'
 
파문의 시작은 윤 후보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권력에 맞서는 정의의 검사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윤 후보는 '반문재인' 상징까지 더해지며 일약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1일 1망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그간 설화에 휩싸였던 그지만, 이번 전두환씨 미화 논란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 당협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꽤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쇄도했지만, 윤 후보는 21일이 돼서야 사과했다. 이조차 "유감" 표명에 그쳤다가 좀처럼 파문이 진정되질 않자 "송구"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는 그의 성정을 감안하면 그만큼 비난 여론이 컸다는 얘기다. 
 
김 최고위원은 윤 후보를 두둔하려다 더 큰 망언을 쏟아냈다. 그는 윤 후보가 사과가 있던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적어도 먹고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희망이 좌절된 시대는 아니었다"며 전두환 시대를 미화했다. 또 전씨의 일화도 소개하며 "(정부)과천청사는 불이 안 꺼졌고,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했다. 관료들이 소신을 갖고 일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특히 부동산, 원전 정책 두 가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문제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날 이 대표는 예정에도 없던 호남 방문 일정을 잡아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김 최고위원 실언마저 더해지면서 역부족에 처했다. 
 
홍준표 후보는 22일 "(윤 후보)본인이 몰락하는 것은 탓할 수 없으나 가까스로 살려놓은 당까지도 이젠 같이 물고 늘어진다"고 한탄했고, 원희룡 후보는 "본선에는 이미 치명타가 가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각 지역마다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앙당에도 항의가 빗발친다"며 "공들인 중도층과 2030, 호남까지도 모두 놓칠 지경"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을 망언이자, 당내에서 후보 사퇴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중대한 사안으로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며 "'송구하다' 해놓고 '사과는 개나 주라'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사진까지 올렸다. 수습 불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당 전체의 사과까지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부동산과 원전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여전히 건너지 못한 '탄핵의 강'…대선 국면 들어 '탄핵의 늪'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있다. 4·7 재보선 승리와 '이준석 돌풍'에서 확인됐듯,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민심은 국민의힘 편에 섰다. 그런데 대선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계속해서 박 전 대통령이 언급되며 탄핵의 책임을 놓고 서로 다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배신자' 덫에 갇혔고, 윤석열 후보는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한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는 점이, 홍준표 후보는 "춘향이가 아닌 향단이" 등의 과거 발언이 재언급되며 공세의 소재가 됐다.
 
이에 대해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중도층을 잡기 위함인데, 지금 당장은 당의 본선 후보가 되는 게 급하니 다들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차원에서 보수 지지층을 끌어당겨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구·경북(TK) 보수 표심을 의식, 의도적으로 다시 탄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최종 경선에서 당원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씩을 반영해 본선 후보를 선출한다. 때문에 각 주자들은 당심을 의식해, 향후 보다 더 박 전 대통령을 끌어들일 공산이 크다. 
 
22일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조차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