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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풍경)"한국 민화와 전래동화, 케이팝 흥미로워"
'비욘더로드' 기획자 콜린 나이팅게일·스티븐 도비 인터뷰
2021-10-19 00:00:00 2021-10-19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총 1000제곱미터 33개 분할 공간에서, 제임스 라벨의 전자 음악은 꿈틀거리며 생동합니다.
 
360도로 청자를 감싸는 음향 시스템과 조명, 향기, 온갖 설치물들... 
 
2019년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호평을 받은 전시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일찍이 음악계 거장들이 찾은 전시로 유명합니다. 이 전시를 제작한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를 전시장에서 만나봤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콜린 나이팅게일(왼쪽)과 스티븐 도비.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총괄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 "영국 사람들의 전시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폭발적이었고 긍정적이었다. 굉장히 많은 관객들이 전시를 보러 여러번 방문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주셨다. 동시에 영국 음악시장도 우리의 전시에 적극적 참여가 있었다. 브라이언 이노부터 아델까지 세계적인 프로듀서와 가수들이 보러 와서 피드백을 남겨줬다. 그런 참여 하나하나로부터 이 전시가 다양한 '음악적 경험'으로 창조될 수 있길 바랐다."
 
두 아티스트는 음악을 오감으로 확장하는 '이머시브 전시'의 선구자입니다. 피카소가 평면에 큐비즘을 구현했다면, 이들은 이를 3차원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번 전시의 주 콘셉트는 영국 일렉트로닉 뮤지션 제임스 라벨의 대표 앨범 'The Road'의 입체화. 라벨은 몽환적인 전자음악으로 세계 대형 음악 축제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으로 서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 "이번 전시는 영국의 유명 일렉트로닉 뮤지션 제임스 라벨의 앨범을 입체화시킨 것이다. 관객들이 전시장에 왔을 때 앨범 속을 직접적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전시장 안에서 소리든 향기든 음악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면서 거룩하고 영적인 기운이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바쁜 일상과는 상반되게 한 박자 느리게 한발 물러서서 이런 작품들, 예술을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스티븐 도비와 콜린 나이팅게일. 사진/비욘더로드
 
전시장에는 프랑스 ‘엘-어쿠스틱스(L-Acoustics)’사의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 ‘엘리사(L-ISA)’ 기술을 채택해 관객들 몸을 360도로 감싸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스티븐 도비 "사운드는 프랑스 ‘엘-어쿠스틱스(L-Acoustics)’사와 협업을 했다. 최근 음악계 이슈가 되고 있는 애플 돌비애트모스는 보통 관객들이 공연이나 영화 관람을 위해 정해진 장소에 앉아서 관람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를 입체 공간에 따라 움직이도록 구현했고 관객들은 움직이면서 이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시는 팬데믹 이후 '기술 대전환기'에 직면한 오늘날 세계 문화예술계의 현상을 비춰줍니다.
 
콜린 나이팅게일 "이 전시는 코로나 이전에 거리두기를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제작됐지만 애초 기획 단계부터 소규모 인원만 감상할 수 있도록 했었다. 지금 이 시기와 맞아 떨어졌던 것은 우연의 일치였던 것 같다."
 
스티브 도비 "거룩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일상을 잠시 잊어버리고 쉴 수 있게, 스파에 온 것처럼 한 박자 쉴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특히 지금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갈 수 있는 전시이지 않을까 싶다."
 
콜린 나이팅게일 "20년 넘게 오감을 자극하는 기술을 통해 작품을 계속 만들어왔다. 확실히 최근에는 빨라진 기술 발전이 저희가 원하는 아이디어 방향을 구현하기 수월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들의 발전이 지금까지 발전해왔던 인류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지게 만들 수 있는 반환점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20년 후에 우리가 이런 기술들로 더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비욘더로드 전시현장. 사진/비욘더로드
 
이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도 각별합니다. 이번 한국전에는 민화와 전래동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도 설치했습니다.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브로 박제사 폴리 모건,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아이비 존슨이 특별 제작한 작품들입니다. 케이팝이 최근 기술, 미술, 패션과 융합되는 흐름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스티븐 도비 "(방탄소년단이) 2021년 버질 아블로의 가을겨울 콜렉션, 루이비통 비주얼 필름을 찍었다는 것을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탄소년단이 예술과 음악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기회가 된다면 용산 사옥도 구경하고 싶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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