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막 내리는 유동성' 전략이 바뀐다)②금리 인상 전 막차행렬…회사채로 몰리는 기업들
상반기 회사채 발행규모 전년 대비 23% 증가…선제적 조달 '러시'
우량 기업에서부터 B등급 대 기업들까지 회사채 시장 '노크'
ESG채권 발행도 폭증…향후 금리 인상 영향 '有'
입력 : 2021-10-13 09:30:00 수정 : 2021-10-15 19: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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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내 자산매입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당장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힘들어진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조달 후 금융비용이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유동성이 사라지는 상황에서의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지난 8월 금리인상을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국은행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금리 인상 전 자금조달 ‘막차’를 타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짙어지면서 조달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곳간을 미리 채워놓기 위해서다. 특히 ‘ESG’가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 회사채를 넘어 ESG채권 발행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89조3592억원 대비 23.2% 증가한 110조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CP(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발행실적은 총 759조1576억원으로 전년 동기(677조5738억원) 대비 12%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 경기 침체로 미국이 돈을 풀고 저금리 기조를 이어오면서 물가상승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다. 이에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The Federal Reserve system)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언급하며 금리 인상이 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미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75%로 0.25%p 올린 바 있는데, 올해 추가적인 인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금리도 상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에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며 향후 투자재원으로 쓸 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우량 기업도 회사채 '봇물' ···"금리 인상 대비한 선제적 조달"
 
회사채 시장에는 A등급 대 우량기업부터 B등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까지 다양하게 몰려들었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CC(002380)(신용등급 ‘AA-’)는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무보증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KCC는 당초 계획금액에 4배 이상 수요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 다른 우량기업인 현대제철은 이달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크레딧물(회사채)을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지주(267250), SK인천석유화학, LF(093050) 등 산업계 전반에서 A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B등급 기업들도 행렬에 동참했다. 신용등급 ‘BBB+’인 대한항공(003490)은 지난달 무보증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1400억원에 1680억원, 3년물 600억원 모집에 1540억원 수요가 몰렸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4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계속적 자금 마련에 힘써왔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올해 회사채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대비한 선제적인 조달’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서 "본래 회사채 발행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많지만, 올해는 유독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대비하는) 상반기가 굉장히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회사채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기업들이 현금 보유량이 많다 보니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기업들 입장에서 (회사채) 발행에 굉장히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울러 기존에는 낮은 금리로 장기채 발행이 늘었었는데, 앞으로는 (금리가 오르다 보니)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3년 물 위주가 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출처/뉴시스
 
ESG 채권도 존재감 'UP'···금리 영향 예의 주시
 
기업들의 자금조달 릴레이 속 ESG채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ESG채권이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관점에 부합하는 용도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성’ 채권이다. ESG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관들이 ESG투자 비율을 늘림에 따라 국내 ESG채권 발행 금액도 2018년 1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9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ESG채권은 그린, 소셜, 지속가능 총 3가지로 나뉜다. 우선 녹색채권(그린본드, Green Bond)은 친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조달 목적 채권이다. 기업들이 친환경 시설을 건립할 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권이다. 사회적채권(소셜본드, Social Bond)은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다.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은 녹색화 사회적 성질을 모두 갖춘 복합적 채권이다. 회사채(채권)에서부터 대출채권(PF Loan 등), 구조화금융상품(ABS 등)에 이르기까지 채권 범위도 다양하다.
 
ESG채권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채권은 ‘녹색채권’이다. 올해 현대제철(004020), 두산퓨얼셀(336260), LG디스플레이(034220), 현대모비스(012330), 한화(000880) 등 기업들은 연이어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반면 지속가능채권(한국공항공사, 현대건설기계), 사회적채권(한국주택금융공사)은 상대적으로 발행 빈도가 적었다.
 
올해 초 현대제철은 녹색채권 3년물, 5년물, 7년물 등 총 5000억원 ESG채권을 발행했다.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한 코크스 건식냉각설비(CDQ), 배기가스 탈황 등을 위한 설비투자 용도였다. 애당초 현대제철은 2500억원 규모를 계획했지만, 현대차그룹 첫 ESG채권이라는 상징성과 맞물려 8배에 달하는 2조700억원이 몰려들자 금액을 5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가장 최근엔 신세계(004170)가 녹색채권 발행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는 지난해 서울 장충동 친환경 도심연구원과 관련해 녹색건축 예비인증을 신청하고 착공에 들어갔는데, 해당 건축물 준공을 위해 600억원을 공사대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ESG 평가에서 ‘Green1(매우우량)’으로 최상위 등급을 받은 신세계는 2000억원(ESG, 일반 포함) 채권 발행 수요예측에서 5800억원 가량의 주문이 쏟아지는 등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ESG인증 실장은 <IB토마토>에 “글로벌 자금운용사들이 ESG 관련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자의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채권)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현재 ESG채권이 금리가 낮아지는 등 수익적 측면에서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ESG채권시장이 커지면) 수익률 혜택도 잠재적으로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공정경제를 위한 ESG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살펴보면, 확실히 정부의 방침 자체가 이제 (ESG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좀 정해진 것 같다"라며 "제도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더 발행이 확대되지 않을까”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유동성 축소, 금리 인상 기조와 관련해 기업들의 ESG채권 발행도 단기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기업들이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선제적으로 ESG채권 발행을 서두른 데다, 금리를 기반으로 한 채권가격에 눈높이 시각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병준 한국신용평가 ESG팀장은 <IB토마토>에 “채권 투자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 하락을 생각하고, 발행자들은 현재 금리 수준에서 발행하고 싶어 하는 측면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채권발행 자체가 좀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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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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