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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인터뷰)박용진 "돈 얼마 줄께, 청년 대하는 코드 아니다"
"2030, 민주당에 내로남불도 저런 내로남불 어디 있냐고 해"
"이재명 '난 할 수 있다' 반복만…거울 보고 이야기"
2021-09-17 14:21:13 2021-09-17 16:09:32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왜요? 왜 이상하죠?"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마주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주자의 예상치 못한 반문. '당연하지 않냐'는 뜻이 담긴 터라 한참을 답하지 못했다. 그간 2030 표심은 민주당의 중요한 지지 기반으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 60대 이상 고령층이 국민의힘에 일편단심을 보냈다면, 민주당은 2030 지지를 기반으로 40대와 50대 공략에 애썼다. 세대는 4050,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이념별로는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2030 세대는 보수 색채가 강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에 환호한다. 홍 후보 특유의 솔직하고 선명하며 간결하고 시원한 화법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사이다'라면 홍 후보는 '콜라'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이 '탄산 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준석 돌풍부터 홍준표 지지까지, 2030의 표심 이반이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같은 현상을 '이례적'이라 규정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그의 답변은 "왜요?"였다. 이들을 외면한 건 오히려 민주당이었다. 박용진 후보는 "세상에 불만과 불안이 있을 때 20대는 움직인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힘들어? 내가 100만원 줄께.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또 어떤 분은 '100만원 가지고 되겠어? 군대 제대하면 3000만원 줄께', '나는 20살 되면 1억 줄께' 이렇게 접근한다. 청년들을 대하는 코드가 아니다"고 말했다. 모두들 돈으로 환심만 사려고 할 뿐 청년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대안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민주당 대선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이재명·이낙연·추미애·김두관 후보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더 직설적인 말도 나왔다. 그는 4·7 재보선의 패배를 불러온 2030 세대의 표심 이반과 관련해 "내로남불"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부동산, 논문, 위장전입, 자녀 교육문제, 음주운전, 성추행 등 고위 공직자와 청문회 인사 기준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나. 민주당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만든 기준을)뒤집고 후보를 낸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게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싫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때문에 그는 미래를 얘기한다.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국부펀드를 비롯해 재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때로는 정치인에게 금기시되고 때로는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른바 '표 떨어지는' 행동을 자임하고 있다. 앞서 그의 입법 최대 성과로 지목되는 '유치원3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남민심, 민주당 한 번 뒤집어져 봐라" 
 
추석 연휴 직후 있을 호남권 경선은 '호남대첩'으로 불릴 정도로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끝을 내겠다'는 각오로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하며, 이낙연 후보는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치고 안방 사수에 나선다. 정세균 후보의 중도 사퇴로 생긴 공백 또한 이재명, 이낙연 후보로서는 중요한 공략 지점이다. 전북 출신이고는 하나 사실상 당내 조직이나 세가 없는 박 후보로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법도 하다. 
 
일단 그는 '제2의 김대중', '뉴 DJ 노선'을 강조하며 호남 정서에 호소한다. 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 정리해고 도입과 민주노총 및 전교조 합법화,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 강국의 발판 마련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성과를 나열한 박 후보는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 미래를 바라보는 눈, 이런 것들이 얼마니 중요한지 보게 됐다"고 말했다. DJ를 재임기간 5년이 아니라 30년, 40년 대한민국 미래를 내다보고 외로운 결정을 한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박 후보는 호남 민심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호남 민심의 가장 큰 방향은 '민주당이 좀 달라져라'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변화에 뒤처져 있고 야당보다도 역동적이지 못하고 이런 면들을 보이고 있어 호남 민심은 '확 한 번 뒤집어져 봐라'는 게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 변화에 대한 열망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난 할 수 있다'만 반복거울 보는 듯해" 
 
강점을 보일 기회로 여겨졌던 TV토론에서 의외로 특정 후보에 대한 공세로 치우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판이라기 보다 당연한 걸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하는 게 문제"라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는 "임기 안에 120조를 동원해서 기본소득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120조를 어떻게 만들 거냐. 한 스무 번을 물어봤는데 답은 늘 '난 할 수 있다'였다. 마치 거울 보고 이야기하는 듯한(느낌을 받았다)"며 "국가 운영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재정적인 건데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이는)비판 받아 마땅한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의 중도 사퇴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고향 선배인 데다, (제가)민주당에 왔을 때 많이 다독다독해 주셨던 분이고 (국회)의장 하시면서도 저한테 많은 기회를 열어주려 하셨던 분"이라며 "사퇴를 통해서 정리를 하시게 된 건 아쉽고 마음 아프다"고 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기기 이전 민주노동당에서 활약했다. 
 
이준석 효과 등을 감안하면 박용진 효과는 미풍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봄이 왔던가요?"라며 되물은 뒤 "어쨌든 거대한 변화는 시작됐다고 본다. 박용진을 향해 많은 국민들이 눈길은 주는데 아직 손길이 가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아쉬운 면은 있지만 여전히 박용진은 진행형"이라고 계속된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힘들지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이 그 때"라며 "국민의힘은 가장 위기의 상황에서 이준석이라고 하는 두려움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민주당인 이렇게(안일하게) 오다가 윤석열 현상에 겁이 났다가, 저쪽이 다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아 이대로 되겠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게 있다"고 당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했다. 
 
국민이 투자하는 국부펀드 '발상의 전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로서의 덕목과 관련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며 "농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깔아서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는 것, 완벽한 발상 전환이다. 박정희가 그 걸 한 것 아니냐. 제조업 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초고속 인터넷을 깔아서 정보화 강국으로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발상의 전환이었다"고 예시했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국부펀드' 또한 발상의 전환으로 본다. 박 후보는 "국민연금 뿐 아니라 국민들도 국부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 우리 국민도 연 7%의 수익률을 갖는 안정적인 자산가가 된다. 그런데 이게 다른 나라에는 없다"며 공약 설계 과정에서 놀랐던 부분들을 소개했다. 국민이 투자하는 국부펀드, 펀드로부터의 안정적 수익의 재배분, 수익은 주택마련과 노후대책 등 현실적 난제들을 헤쳐 나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나라. 이것이 그가 말하는 발상의 전환이었으며 국부펀드의 실체였다. 
 
이외에도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박 후보는 인터뷰 말미에 이번 경선을 차기 서울시장 출마의 무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니요. 생각 없습니다"로 명확하게 부인했다.   
 
대담=김기성 정치부장
정리=최병호 기자
영상=권상준, 김건 PD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기성 정치부장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대담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마주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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