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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4대 거래소만 남으면 3조원 피해"…업계·학계, 정부에 대책마련 촉구
4대 거래소만 생존시 독점 고착화·해외 거래소 성장 역효과 우려
42개 김치코인 소멸…일본과 비슷한 규모로 거래소 운영 허가해야
심사기준 투명하게 공개·은행에 과중된 책임 분산 대안 제시
2021-09-09 16:32:24 2021-09-09 20:20:44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암호화폐 사업자 신고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쇄에 따른 투자자 피해액이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4대 거래소만 살아남는 구조로 운영된다면 독점이 고착화되고 해외 기업들만 키우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9일 한국핀테크학회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이 불투명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9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가상자산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 및 투자자 보호 대안 정책포럼'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 및 투자자 보호 대안 정책포럼'이 열렸다. 사진/민형배 의원실 유튜브 캡처.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장)는 "4대 거래소만 신고를 수리하게 되면 나머지는 사실상 코인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며,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액은 약 3조원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가 별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오른 김치코인은 모두 159개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상장된 김치코인은 7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42개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거래소들에 상장된 코인들로 대부분 한국인이 거래하고 있다. 특금법 영업신고 기한이 끝나면 나머지 거래소에서 상장된 이들 42개의 코인들은 한국인이 주로 거래하기 때문에 모두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김치코인이란 원화 거래 비중이 80% 이상 한국인이 주도적 만든 코인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국내도 일본과 비슷한 규모로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허가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암호화폐 붐이 처음 일었던 지난 2017년 일본 금융청은 16곳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신고하도록 허가했는데 한국도 비슷한 수의 거래소 신고를 수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거래소들이 대거 줄폐업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수의 독과점을 피하고 경쟁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가 코인마켓캡기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24시간 거래규모와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4대 거래소만 남을 경우 김치코인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 예상금액을 3조원으로 추산했다. 사진/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캡처.
 
임요송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코어닥 대표)은 "신고기한이 너무 짧고 소비자보호법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특금법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각 거래소별로 상장기준과 상장된 코인이 다른데, (거래소가 폐업되면) 소비자 피해대책도 없이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한 코인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코인마켓캡 기준 예상되는 피해규모가 3조원이라면 코인마켓캡에 등재되지 않은 코인은 5배 더 많은 것을 감안할 때 10조원 이상 피해가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취득한 대부분 거래소의 경우 자금세탁에 대한 금융사고를 낸 적이 없는 데도 은행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은데 거래소 숫자도 그만큼 뒷받침돼야한다"고 하소연했다.
 
박민 에이프로빗 이사는 "일본처럼 금융자산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그것에 대한 책임은 은행에 지라고 하면 은행입장에서는 부담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제도적으로 어떤식으로 발전시켜나가야할지를 계속해서 논의해가는 과정이 이어져야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의 줄폐쇄가 현실화되면 해외 기업들에게만 길을 내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묵 금융소비자연맹 연구위원은 "특금법으로 인해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코인이 상장폐지되는 문제는 불법행위와 관련이 없다"면서 "정부정책에 의해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이와 같은 사례는 금융소비자 권익에 대한 침해로, 정부가 상폐 기준을 마련해 상장폐지될 때까지 어떻게든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상폐되는 김치코인 중 제2 카카오, 네이버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라며 "김치코인이 사라지게 되면 해외 유명 큰 프로젝트만 투자하게 된다. 해외 기업들만 키우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되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 역시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이 줄폐업되면 4대 거래소 독과점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또 거래소를 비롯해 거래소에 상장한 암호화폐 발행사들의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도 재산권을 제한받게 된다. 감독기관이 심사기준을 정확히 공개하고 직접 분석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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