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펀드 줄여라?…좋은걸 어떡해 '되레 증가‘
2021년 상한선 30%, 계열사 좋은 펀드 놓고 타사 판매하는 아이러니
2021-08-29 08:00:00 2021-08-29 0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내 금융사들의 계열사 펀드 비중 제한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와 은행의 경우 되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의 우수 펀드를 판매하지 못한다는 일부 볼멘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연말까지는 기준선에 맞추겠다는 입장이 다수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분기 기준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곳은 증권사 3곳(미래에셋증권, 리딩투자증권, 대신증권)과 은행 2곳(기업은행, NH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경우 대신증권이 대신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비중이 1분기 27%에서 2분기 32%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등 계열사에 32%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전분기 25%에서 40%로 15%포인트 급증했다.
 
키움증권도 키움투자자산운용에 비중이 1분기 8%에서 27%까지 올라서면서 내년까지는 25%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계열사 펀드 비중은 전체 펀드 신규 판매 금액에서 계열사 펀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계열사 펀드만 판매하는 ‘일감 몰아주기’ 현상을 막기 위해 2018년 6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 상한을 조정했다.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금액을 공시하고 비중을 기존 50%에서 25%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다만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매년 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2018년 45%를 시작으로 2020년 35%, 2021년 30%, 2022년 25%로 제한된다.
 
규정에 따라 금융사는 앞으로 남은 3분기 4분기 동안 판매 비중을 적어도 30%를 맞춰야 하며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25%로 줄여야 한다. 상반기까지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도 상한선을 맞추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 펀드 비중을 현재 29%까지 낮춰 올해의 상한 기준에 맞췄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주식 운용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혁신성장펀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계열사 펀드 비중이 늘었다. 특히 업계 최고 성과를 보이고 있는 TDF(타깃 데이티드 펀드)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라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팔지 않겠다고 선언할 만큼 펀드 판매에 책임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공모펀드 성격상 매스 고객(소액계좌보유고객)들이 많아 인위적인 조절이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현재 29% 수준까지 떨어뜨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사 계열사의 우수 펀드를 판매하지 못하고 타사 펀드를 강제로 늘려야 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를 밀어주기 보다는 펀드 자체의 우수성이 높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해 놓은 상한선에 맞춰야 하는 부분 때문에 오히려 좋은 펀드를 판매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를 지키기 위해 대면 고객들에게는 우수한 성과의 계열사 펀드 외에 비계열사 펀드 투자를 권유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장기투자하는 연금에 대해서는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 적용을 제외하는것을 재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전체 펀드 판매금을 높이는 방법도 고심 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총펀드 신규판매금액을 높이면 계열사 판매 비중을 낮출 수 있다”면서 “지침을 맞추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지점에서 상품 소개를 받는 고객들. 사진/신송희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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