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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유해 78년만의 귀환…문 대통령, 최고 예우로 맞아(종합)
6기종 공군전투기 모두 투입해 호위…대국민 온·오프 추모 거쳐 18일 안장
2021-08-15 21:23:59 2021-08-15 21:31:21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승리를 이끈 '독립군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직접 영접하며 독립군 영웅의 희생에 대한 극진한 예를 갖췄다. 홍 장군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1943년 서거한 지 78년 만에 마침내 고국 품에 안겼다.
 
홍 장군의 유해를 모신 공군 다목적 특별수송기 시그너스(KC-330)는 15일 오후 7시30분께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안착했다.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공항을 떠난지 6시간30분 여만이었다. 약 1시간 여 준비 과정을 거쳐 오후 8시50분께 봉환식이 전국에 생중계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후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 내외와 국가안보실장,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분향, 묵념을 통해 홍 장군의 유해를 정중히 맞이했다. 특히, 김영관 애국지사는 한국광복군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한 후 한국전쟁에도 참전해 1952년 화랑무공훈장과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대한민국 독립과 자유 수호의 산 증인이다.
 
홍 장군의 유해는 군악대 성악병의 독창 '올드 랭 사인'과 함께 의장대의 호위 속에 로더를 통해 특별수송기에서 하기된다. 노래 올드 랭 사인은 1896년 11월 독립문 정초식에서 배재학당 학생들이 합창하기 시작하면서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국가처럼 불리던 노래로 1943년 타국에서 광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홍 장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준비했다.
 
추모를 마친 유해는 국가보훈처 차장,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경찰의 호위 하에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한다. 정부는 홍 장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16일일부터 17일 이틀간 온·오프라인 국민추모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추모제 기간을 거친 뒤 18일 공식 안장된다.
 
15일 오후 특별기를 통해 서울공항에 도착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 하기후 운구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전현충원 현충관에 유해 임시안치소를 마련하고, 현충탑 앞에는 추모 제단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 누구나 선착순으로 현장 추모가 가능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동시 추모객 수를 제한하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시행할 예정이다. 드라이브 쓰루 추모와 독립운동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을 위해 국가보훈처장,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원식 의원, 국민 대표 자격으로 배우 조진웅을 카자흐스탄에 특사단으로 파견했다. 특사단은 지난 14일 크즐오르다에 위치한 홍 장군 묘역에서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와 고려인협회와 함께 추모와 제례로 유해를 정중히 모신 후 이날 오전 대한민국 군 특별수송기(KC-330)로 본국으로 봉송했다.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출발하는 특별수송기는 카자흐스탄 상공을 3회 선회한 후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한 후에는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이날 서울공항에 안착했다. 이는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종을 모두 투입한 것으로 1921년 연해주 이주 후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홍 장군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기 위해서다.
 
1922년 1월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개막식에 참가한 홍범도 장군(왼쪽)과 최진동 장군. 사진/뉴시스 
 
홍 장군은 일평생 조국 해방을 위해 무장투쟁을 펼쳤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최진동 장군과 함께 독립군을 이끌고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뒀다. 같은 해 10월 보복전에 나선 일본군 대부대를 김좌진 장군의 북로군정서와 합세해 무찌른 청산리 전투의 주역이기도 하다.
 
홍 장군은 이듬해인 1921년 연해주로 거처를 옮긴 홍 장군은 '만주 사변'을 계기로 소련군 일원이 됐다. 1923년 군복을 벗고 연해주 집단농장에서 일을 하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즐오즈다 지역으로 밀려났다.
 
평양 출신인 홍 장군은 김일성의 항일 행적과 비교된다는 이유로 북측에서 조차 주목받지 못했고, 반공을 이유로 남측에서 조차 배척당한 경계인의 삶을 살다가 1943년 10월 크즐오르다에서 숨을 거뒀다. 이로써 홍 장군은 사후 기준으로는 78년, 항일투쟁 기준으로는 10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홍범도 장군이 승리를 이끈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기준으로 하면 101년 만이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2019년 4월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시 문 대통령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홍 장군 유해 봉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 유해 봉환이 결정됐음을 발표한 후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기해 홍 장군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봉환이 연기돼다 이번 카자 흐스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결실을 맺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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