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비슷한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같은 감독과 같은 작가(감독)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얘기를 만들면서 같은 주인공을 끌어와서 매체가 다른 곳에서 풀어낸 시도는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배우 엄지원은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까지 섭렵했다. 출연 인물들과 세계관은 같다. 하지만 등장하는 사건은 좀 다르다. 이름도 처음 들어 본 ‘재차의’란 소재를 다뤘다. ‘방법’ 촬영 당시 이 전체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에게서 얼핏 들은 소재란다.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연상호 감독의 ‘추친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또 드라마 ‘방법’을 통해 경험했다. 그런데 정말 영화 ‘방법: 재차의’를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단다. ‘방법’에서 자신이 연기한 ‘임진희 기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단 게 우선 너무 반가웠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세계관에서 아직은 좀 더 경험하고 싶은 낯선 ‘무언가’에 대한 들뜬 기대감이 더 컸을 법하다. 엄지원은 분명 흔하지 않은 ‘방법: 재차의’에 대한 반가움과 기대감을 예비 관객들과 함께 누리고 싶어했다.
베우 엄지원. 사진/CJ ENM
영화 개봉 며칠 전 뉴스토마토와 만난 엄지원은 ‘방법: 재차의’ 개봉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시기도 시기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로 성공을 한 작품이 영화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드라마에서도 장르적인 치우침이 강했는데 영화는 오히려 오락성이 강한 상업 영화로 나온 것 같아 다행스럽단다.
“여름 오락 영화로는 제격인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도 그렇고 연상호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너무 흥미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주시고 연출도 잘 해주신 것 같아요. 우선 드라마와 영화가 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고 접근했어요. 그냥 한 작품이다 생각했죠. 드라마 영화 모두 경험한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영화’가 더 오락성이 강한 것 같아요.”
배우 엄지원. 사진/CJ ENM
‘연니버스’라고 부른단다. 연상호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을 말한다. ‘연상호’ 그리고 ‘유니버스’를 합해서 ‘연니버스’라고 부른다고. 엄지원은 배우 생활 동안 자신을 대표하는 대표작이 생겼다며 너무 즐거워했다. ‘방법: 재차의’는 이미 드라마 ‘방법’ 촬영 당시 연상호 감독에게 언뜻 들은 바 있었다고. 하지만 드라마 촬영에만 집중하느라 금방 잊어 버렸단다.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쯤 진짜 시나리오를 전달 받았다.
“와 진짜 놀랐죠(웃음). ‘말씀하셨던 걸 진짜로 하는구나’ 싶었죠. 그냥 아이디어 교환 차원에서 나눈 얘기였는데 정말 세밀하게 구축해서 써오셨어요. 드라마 현장에서 연 감독님이 ‘이런 세계관으로 계획 끌어가고 싶다’고 말씀을 하셔서 사실 저도 나름 기대를 했었죠. 같은 소재의 같은 제목 작품을 연이어 하는 것도 새로웠고. 무엇보다 제가 맡은 여성 캐릭터가 이 세계관을 이끈단 게 의미가 있었죠.”
배우 엄지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엄지원 개인의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엄지원은 남자 배우보다 여자 배우와 함께 했을 때 작품 흥행 시너지가 더 높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여배우들과 함께 했던 작품들이다. 특별히 남자 배우보다 여자 동료 배우들과 함께 했을 때 자신만의 특별한 케미 생산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웃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니 좀 그렇긴 하네요 하하하. 굳이 설명하자면 남자 배우들과 많이 안 해봐서 그런 것 아닌가요(웃음). 글쎄요. 여자 동료들과 만났을 때 좀 연기가 잘 붙는다고 할까요. 사실 너무 여자 동료들과 작업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스크린 안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친한 여자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자주 비춰져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배우 엄지원. 사진/CJ ENM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방법: 재차의’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에겐 충분히 엇갈릴 가능성도 담겨 있다. 연상호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이기에 흥미와 재미는 충분히 담보돼 있다. 하지만 드라마 ‘방법’과 직접적으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에 관람의 결핍이 발생할 가능성도 분명해 보인다. 쉽게 말해 드라마를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할 가능성은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가능성도 분명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은 했어요.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임진희와 소진(정지소)이 만나는 장면이 좀 불친절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드라마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이 돼 있지만 영화에선 좀 느닷없긴 했어요. 영화적으로 ‘방법사의 귀환’ 정도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죠(웃음). 그 외에 임진희 기자 부부의 관계가 되게 희한하다 싶을 수도 있죠. 연상호 감독님에게도 이들 부부의 이상한 관계를 여쭤 본적이 있는데 ‘둘 다 워커홀릭이라 그래요’라고 설명해 주셔서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죠.”
배우 엄지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런 저런 이유를 거론해도 ‘방법: 재차의’에서 가장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재차의’라고 불리는 좀비 군단이다. 서양의 좀비, 동양권의 ‘강시’와도 다른 존재들이다. 연상호 감독이 완벽하게 창조한 캐릭터는 아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수필집 ‘용재총화’에 등장한 단어다. 이를 상업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끌어 온 연출자가 바로 연상호 감독이다. 엄지원은 ‘기존 좀비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소개했다.
“달라요(웃음). 단순하게 딱 떨어지게 설명 드리자면, K-좀비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싶어요. 촬영 때 보면 ‘재차의’ 연기하시는 보조 출연자 분들, 되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한 편으론 또 진짜 멋있더라고요. 집단으로 움직일 때의 칼 군무와 액션들이 굉장히 위협적이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이 풍기는 게 눈길을 확 끌더라고요. 촬영 때 저도 몇 번을 넋을 잃고 바라봤으니까요(웃음)”
배우 엄지원. 사진/CJ ENM
‘코로나19’로 작년에 이어 계속되는 한국영화계의 위기다. 올 여름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 빅4 가운데 하나로 ‘방법: 재차의’가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다. 엄지원은 하루 하루가 걱정이라면서도 앞으로 이어질 홍보 일정이 기대가 된다고 웃는다. 한편으론 최근 재미가 들린 골프 때문에 골프 관련 방송에도 출연을 앞두고 있다고.
“하하하, 요새 골프에 좀 재미를 들려서. 이게 진짜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근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골프나 영화나 인생이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기대했던 작품이나 일이 잘 안될 때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작품이 너무 잘될 때도 있고. 앞으로 이어질 홍보 일정이 기대되는 데 ‘방법: 재차의’가 올 여름 한국영화 시장에서 흥행 선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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