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여권 내 비주류로 꼽혔지만, 특유의 실행력과 정국돌파 승부수를 통해 유력 대선주자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선 과감한 방역대응과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 중앙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2017년 첫 대권 도전부터 주창한 '공정사회 구현' 기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공정사회'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는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8명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 문턱을 밟지 않았다.. 이 지사의 공직은 재선 성남시장과 민선 7기 경기도지사가 전부다. 이 지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방 장수'다. 그는 이날 출마선언문에서도 스스로를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을 정도다.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놓고 당청과 힘겨루기를 한 것에선 '여당 내 야당'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8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1년째 여권 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다. 변방 장수와 '여당 내 야당'은 이 지사가 기득권과 대립하는 승부사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생존방식인 셈이다.
이는 이 지사의 인생 이력이 바탕이 됐다. 이 지사는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시민단체 활동에 투신했으며, 재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이번 대선 출마는 2017년 첫 도전 이후 두 번째다.
첫 도전 때도 이 지사는 '기득권과의 한판 승부'를 구호로 내걸었다. 당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 지사는 정치인 가운데 가장 먼저 '박근혜 탄핵'을 주장,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12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무명의 성남시장었던 이 지사는 15%대의 지지율을 기록, 문재인 대통령(당시 전직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 주자로 부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첫번째 대선 출마 땐 문 대통령의 대세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연정론 등에 막혀 경선 3위를 기록했다.
2018년 민선 7기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2022년 3월 예정된 20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국회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행정력을 보여주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덟 글자가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20년 2월부터다. 중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을 패닉에 빠트렸다. 중앙정부와 국회가 대응방안을 놓고 차일피일 할 때 이 지사는 '도지사'라는 행정기관의 수장으로서 방역 현장의 전면에 등장해 코로나19를 수습하는 정책역량을 발휘했다.
실제 이 지사는 감염병 1차 유행의 주범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신도 명단 확보를 위해 과천본부 강제 진입을 지시했다. 2차 유행 사태 주범으로 꼽힌 사랑제일교회에 대해서도 전광훈 목사 등 교회 관련자를 '범죄집단'으로 간주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이 지사가 제안한 일이다.
방역대응에 이어 경제위기 극복에서도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 정책적 선명성을 드러냈다. 당청이 재정여건을 빌미로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 기조를 정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여당 행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일각의 비판엔 움츠러들고 입장을 철회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개진하는 승부수를 택해 셈이다. 정책 전문가와 행정가 이미지를 각인시켜 대선가도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지사의 돌직구 행보에 대해선 여권, 특히 친문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근 여권에서 '반 이재명연대'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지사가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자랑스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 정권 '이재명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라고 강조한 건 스스로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실적으로 증명된 저 이재명이 나라를 위한 준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더 큰 도구를 달라"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조하고 대세론을 꾀하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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