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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리 본 미래의 음악 페스티벌, 비대면 '글래스톤베리'
라디오헤드 새 프로젝트 '스마일' 데뷔 무대까지
'라이브 앳 워디팜', 새로운 예술 플랫폼 장
마룬5·에드 시런, 온라인 공연 진화될지 주목
2021-05-25 18:24:36 2021-05-25 18:26: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부감숏이 영국 서머싯의 광활한 초원을 훑고 지나갈 때, 그 안에 파란 레이저와 조명이 미스터리 서클처럼 일렁일 때, 고대 유적의 돌무더기에서 연기들이 피어오를 때...
 
미래의 음악 페스티벌은 지금 지구상에 있었다. 23일 저녁 6시(한국시간)부터 영국에서 송출된 대형 온라인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 라이브 앳 워디팜'은 비대면 공연의 새 경지를 보여줬다.
 
1970년 시작된 글래스톤베리는 매년 전 세계 음악 팬 20만명을 집결시키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다만 이 영국의 유서깊은 대중음악 축제도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50주년을 맞은 작년에는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지만 무산돼 세계 음악 팬들의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올해 주최 측은 사상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의 실험을 벌였다. 페스티벌 사이트인 워디 팜(Worthy Farm)의 드넓은 공간에 총 8개의 특설 무대를 구축하고 사전 녹화했다. 
 
아델,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상을 지휘한 바 있는 폴 더그데일이 축제 총연출을 맡았다. 닉 케이브, 카일리 미노그 등 유명 아티스트 온라인 콘서트를 제작한 영국 라이브 스트리밍 프로덕션 컴퍼니 드리프트와 BBC 스튜디오 프로덕션이 그의 지휘 아래 움직였다.
 
엘리스 울프. ⓒWolf Alice photography credit Tom Jackson
 
밴드 울프 앨리스의 첫 무대부터가 장관이었다. 카메라는 항공촬영으로 차에 탄 밴드가 초원을 가르며 현지의 고대 유적 '스톤 서클' 무대로 가는 과정부터 담았다. 
 
울프 앨리스는 돌무더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드라이아이스에 뒤섞여 록 사운드를 펼쳐댔다. 데이먼 알반, 하임은 해가 진 뒤 이 무대에 올라, 돌에 비친 신비로운 조명을 배경삼아 공연을 이어갔다. 드론과 360도 카메라가 번갈아 다이나믹한 연출 효과를 냈다.
 
메인 무대 '피라미드 필드'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공연은 이날 최대 변곡점이자 백미였다. 광활한 잔디에 펼쳐진 파란 레이저와 조명이 미스터리 서클처럼 일렁였다. 삼각 구조대에서 발화하는 조명광, 빗줄기들과 폭죽들... ‘Higher Power’, ‘Fix You’ ,‘Viva La Vida’같은 밴드의 대표곡들이 이 압도적인 황홀경에 뒤섞여 울려 퍼졌다.
 
‘피라미드 스테이지’ 콜드플레이 무대. 사진/ⓒColdplay photography credit Anna Barclay
 
행사 말미에는 라디오헤드의 새 프로젝트 밴드 '더 스마일(The Smile)'이 깜짝 데뷔 무대를 가져 세계 음악 팬들의 진땀을 쥐게 했다. 
 
라디오헤드의 프런트맨 톰 요크와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 영국 재즈밴드 선스 오브 케메트의 톰 스키너가 주축이다. 이날 무대엔 라디오헤드의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나이젤 고드리치도 함께 했다.
 
록앤롤과 블루스, 퓨어 팝을 횡단하는 조니의 기타를 중심으로 합을 맞춰가는 사운드는, 라디오헤드의 최근작보단, 초기작 중 하나인 '더밴즈'에 가까울 정도로 활기가 있었다. 밴드는 첫 곡 'Skating on the surface'를 시작으로 'The smoke', 'Opposites', 'Panavision', 'Thin thing' 등 총 8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기타 이펙터 효과에 맞춰 제작진은 흑백 처리의 TV 노이즈 같은 영상 효과를 곳곳에 심어뒀다. 
 
이날 스마일의 데뷔 무대를 비롯한 글래스톤베리는 비대면 공연이 단지 오프라인의 대안으로써가 아님을 역설하는 듯 했다. 여우 가면을 쓰고 흐느끼는 인형극과 아이들즈 무대 옆에서 펼치는 납땜질, 영국 로커 PJ 하비의 시낭송, 기타를 둘러메고 캠프파이어를 도는 조지 에즈라의 무대... 이를 첨단 기술로 엮은 음악 연출 세계는 돋보였다. 새로운 예술 플랫폼의 장이자, 미래의 페스티벌이 거기 있었다.
 
현지의 고대 유적인 스톤 서클에 마련된 데이먼 알반 무대. 사진/ⓒDamon Albarn photography credit Anna Barclay (1)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글래스톤베리 전후로 온라인 공연의 진화 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팝스타들은 재차 진열을 정비해 나서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영국 노스 요크셔에 위치한 고대 성곽 건축 '휘트 비 애비' 앞에서 대표곡 5곡을 연주하는 스트리밍 공연을 BBC라디오1을 통해 오는 28~31일 공개한다.
 
싱어송라이터 에드시런은 예술 복합건물 '스냅 말팅스', 록 듀오 로얄블러드는 해안가 앞, 래퍼 에이제이 트레이시는 농구장 코트 같은 특수 공간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에 나선다.
 
오프라인 공연 진행 상황을 알려주던 플랫폼 ‘송킥’은 최근 스트리밍 공연 스케줄을 알려주는 카테고리도 메인에 따로 만들었다. 지난해 두아리파와 고릴라즈 공연을 중계한 온라인 중계 전문 플랫폼 ‘라이브 나우’는 미국의 세계적인 밴드 마룬 파이브의 공연을 6월5~6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오는 6월11일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신곡을 공개하는 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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