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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들, 국가 상대 80억대 손배 소송
"부랑 단속 명분 무고한 시민 강제수용"
2021-05-20 17:28:22 2021-05-20 17:28:2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산의 부랑인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8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지역 피해자협의회 소속 13명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총 80억원 상당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향직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현재 폐지된, 위헌인 내무부훈령을 근거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대한민국에 피해자가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다"며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다운 삶을 박탈당하고,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고통받은 우리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며 "심각한 트라우마와 정신장애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안창근 법무법인 동원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권력이 부랑 단속을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수용했고, 그곳에서 살인, 폭행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 사건이 벌어졌다"고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은 지난 1975년 부랑인을 단속하고 시설에 수용하도록 하는 내무부훈령 410호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부산 북구에 설립된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3000여명이 수용됐지만,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업무상횡령,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인 수용을 이유로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1989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은 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으며, 2016년 6월27일 사망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4월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그해 18일 비상상고를 제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비상상고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기각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지역 피해자협의회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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