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비틀스, 피와 살로 이뤄진 우리 같은 사람"
'비틀스 황금기' 담은 로버트 휘태커 전시
아들 벤자민 "한국은 예술과 미의 종착지"
"도 넘은 예술 마케팅 풍자, 현재도 울림 줘"
입력 : 2021-05-04 19:01:46 수정 : 2021-06-17 12:01: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중음악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 차트를 가득 메우는 음악 포화에 그들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은 문화자원이 아주 풍부하고 긴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예술과 미학의 종착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버지 작품이 서울 한복판에 내걸린다는 사실에 심박수가 뜁니다. 직접 두발로 가서 보고 싶네요."
 
비틀스의 황금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사진작가 고 로버트 휘태커(1939~2011)의 전시가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막을 올렸다. 
 
4일 본지 기자와 서면으로 만난 로버트의 아들 벤자민 휘태커는 "아버지의 사진 철학은 현재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한국 관람객들도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곱씹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휘태커는 1964~1966년 비틀스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1965년 뉴욕 셰이 스타디움 행진을 담은 그 작가다. 
 
로버트 휘태커. 사진/로버트 휘태커 공식 아카이빙 홈페이지
 
비틀스가 수염과 긴 머리를 하지 않던 청춘 시절의 이야기다. 로버트는 비틀스와 그의 매니저 브라이언 앱스타인과 함께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을 살갗으로 느낀 '제 6의 멤버'나 다름없었다. 영국 런던 애비로드 EMI 스튜디오 녹음 현장, 총 1400여 차례의 월드 투어와 무대 뒤 백스테이지 멤버들의 모습…. 
 
1960년대 전 세계에 불어닥친 '비틀스 광풍'은 그의 필터를 거쳐 상징화됐다. 
 
"아버지는 비틀스와 실제로 친구처럼 지냈고,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예술을 만들었습니다. 사진들 각각은 순간 포착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단지 무대 뒤에 앉아 있거나, 거리를 걷는 일차원적인 이미지가 아니죠."
 
로버트는 1961년 영국에서 멜버른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플린더스 스트리트의 한 조그만 사진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비틀스 매니저 앱스타인의 눈에 띄어 비틀스의 전속 작가가 됐다.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1965년 뉴욕 셰이 스타디움 행진. Photographer : Robert Whitaker 사진제공: 비틀즈 바이 로버트 휘태커 사무국
 
르네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를 사진에 적용한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도 "무의식의 영역인 꿈을 사진으로 시각화한다. 비틀스와 수많은 팬들의 함성에서 꿈을 꾸었다"고 밝힌 바 있다. 비틀스 뿐 아니라, 에릭클랩튼, 믹재거, 크림 등과 작업한 것으로도 음악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의 사진 철학은 바로 지금의 존재론적인 것에 관한 겁니다. 사진은 관찰의 예술이자, 사라지기 전의 순간을 담는 마법이라는 것을 인류 유산으로 남겨주신 셈이죠. 아주 평범하게 흘러가는 듯한 일상이라도, 필터를 거친 사진은 우리 눈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올해는 로버트가 세상을 떠난지 1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로버트의 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순간의 가치를 이야기를 하라'라는 말은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이었다"며 "끝없는 열정으로 소통했던 그의 재능을 앞으로도 전 세계인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Photographer : Robert Whitaker 사진제공: 비틀즈 바이 로버트 휘태커 사무국
 
비틀스의 명반 ‘Let It Be’ 발매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도 만나볼 수 있다. 1966년 3월 런던 첼시 베일 스튜디오에서 찍은 '눈을 감다', '눈을 뜨다'는 당시 거센 논란으로 앨범 표지에 실리지 못한, 희귀 작품이다. 일명 '도살자'라 불리는 이 작품들은 생고기를 든 비틀스의 모습이 담겼다.
 
로버트는 생전 "신처럼 추종하는 비틀스가 사실은 우리와 마찬가지의 피와 살로 이뤄진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도를 넘어선 집착과 대중 마케팅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로버트가 21세기, 지금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 아이돌에 관한 사진 작업도 남겼을까.
 
"지금 방탄소년단이나 케이팝 아이돌들이 선보이는 전형적인 구성에 로버트 만의 컬러 효과를 결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대중 친화적인 홍보 사진은 아닐 거라고 확신해요!"
 
로버트 휘태커. 사진/로버트 휘태커 아카이빙 홈페이지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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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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