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태원·손경식' 명의 이재용 사면 건의서 낸다
경제 단체장 명의 현안 건의 이례적…정부 압박 수위 높여
이재용 부회장 사면, 박근혜 전 대통령 연결돼 부담 가중
입력 : 2021-04-26 15:52:52 수정 : 2021-04-26 15:52:5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회 각 분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사면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가운데 재계가 이번주 정식으로 사면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한다. 이례적으로 경제5단체장 명의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어서 사면에 신중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현재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작성하고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논의를 거쳤다. 건의서에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면은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034730)그룹 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LS(006260)그룹 회장) 등 경제5단체장 명의로 작성돼 기존보다 더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이전에도 경제단체들이 모여 정부에 현안을 건의해왔지만 주로 경제단체 이름을 앞에 내건 경우가 많았다. 
 
한층 격상한 건의서를 앞세운 것은 "국민 공감대와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의 정부를 좀 더 압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경제를 총괄하는 단체장들이 직접 나서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가벼이 여길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호갑(왼쪽부터)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등 관련해 경제단체 명의로 정부에 건의해왔지만 경제단체장 명의로 서면을 내는 것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일"이라며 "그만큼 이 부회장이 국내 경제에 필요하다는 경제계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계에서 서면을 낸다고 정부가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전향적으로 임해줄 것으로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계 외에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와 대한노인회가 정부에 사면을 건의했고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사면론이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국내 경제를 이끌 수장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지 100일도 안 흐른 시점의 사면 논의는 섣부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정부에 사면은 이 부회장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사면을 진행하는 만큼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개인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횡령 등 5대 부패범죄의 사면 제한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뇌물·횡령 등으로 수감 중인 세 사람을 사면한다면 기존 의견과 배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만큼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신중론은 이같은 우려가 배경에 깔린 것으로 재계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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