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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손병두 "유니콘기업, 국내 상장 유치 총력…공매도 재개 혼란 없을 것"
한국거래소 이사장 간담회…ESG·단기금리 선물 시장 확대…"국민연금, 국내 주식비중 신축성 필요"
2021-03-31 13:38:47 2021-03-31 18:09:4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미래성장형(유니콘) 기업을 위해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일 경우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단독요건을 신설하는 등 상장제도와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오는 5월 재개를 앞둔 공매도 제도에 대해선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장 감시와 사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3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 장기화와 뉴노멀의 시대, 디지털 기술혁신에 따른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혁신성장을 견인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일환으로 한국거래소는 △유망혁신기업 육성 △자본시장 선도 역할 확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 △KRX 경쟁우위 확보 △거래소 혁신을 핵심전략으로 삼아 자본시장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이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추진방향을 발표하고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상장제도 개편이다. 지난 11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야놀자 등 유망 스타트업들이 해외 직상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유니콘기업을 국내 증시로 불러들일 유인책을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손 이사장은 쿠팡 등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의 해외직상장에 대해 “한국 소비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니콘기업이 해외 상장으로 발길을 돌려 아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쿠팡의 경우 미국에 본사가 있는 등 기업 특성상 미국 상장이 자연스러웠지만 동시에 한국 증시 환경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해외 상장 비용과 유지비용은 국내에 비해 많게는 10배까지 비싸고 소송리스크에도 노출이 되는 등 국내 상장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상장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국내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이달부터 시가총액 1조원이 넘을 경우 적자 기업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상태며 상장을 위한 시가총액 및 자기자본 요건도 각각 6000억원·2000억원에서 5000억원·1500억원으로 완화했다. 또 유니콘기업과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BBIG) 등 차세대 성장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상장제도를 마련하고 질적심사에 기술평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심사 과정도 개선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차등의결권(보유한 지뷴율 이상으로 의결권 행사하는 제도)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으로 국내 상장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5월3일부터 재개되는 공매도 제도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불법·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시장 감시와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주력하기로 했다.
 
손 이사장은 “과거 공매도 금지했다가 재개한 경우를 보면 시장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대형주(코스피200·코스닥150지수 구성종목) 위주로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대형주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공매도 관련 제도개선이 원활이 운영되도록 시장관리를 철저히 하고 촘촘한 불공정거래 감시와 안정적 시장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며 “감시 카메라를 통해 과속 고지서가 오는 것과 같이 감시기법을 고도화하고 특별감리반도 운영해 투자자보호와 불공정거래 차단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자본시장 역할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ESG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하는 동시에 KRX300기후변화지수, 코스피200기후변화지수, 기후변화리더스지수 등 기후변화지수 3종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탄소배출권시장의 참가대상자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고 탄소배출권 선물, BBIG 선물 등 신규 파생상품 보급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중소형기업 리서치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단기금리 선물시장을 육성하는 한편 해외 직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테마형ETF·ETN 개발과 같은 글로벌 투자환경 조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손 이사장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과 유사한 '프라이스 투 ESG(Price to ESG)'를 만들기 위해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시장참가자들과 소통채널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제도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짜임새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겠다”고 역설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과 관련해선 “시장 상황이 변화했는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정해놓은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현재 상황과 딱히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손병두 이사장이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추진방향을 발표하고있다. 사진/거래소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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