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위협 주취자 체포는 인권침해 아냐"
인권위, 경찰 재량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징계 권고해 위법
입력 : 2021-01-24 09:00:00 수정 : 2021-01-24 09: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주취자의 폭력을 막으려 밀쳐낸 경찰을 인권침해로 징계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지난 14일 경찰관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 권고 결정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무를 집행하던 A씨는 위법한 체포행위를 하여 인권침해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해야 하고, B씨는 위법한 체포로 인해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6월 29일 오전 5시 25분께 신고를 받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든 주취자 B씨를 발견했다. A씨가 동료와 함께 만취한 B씨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CCTV를 분석한 결과, B씨가 A씨를 향해 왼손을 반쯤 올린 상황에서 A씨가 B씨를 밀쳤고, 이에 B씨가 왼손으로 때리려 하자 A씨가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음성 파일에는 주취자 B씨의 욕설에 이어 경찰들이 "어허, 어딜 치느냐, 쳤어 지금"이라는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하지만 검사는 지난해 2월 B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B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고, 인권위는 그해 4월 A씨 소속 경찰서에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인정된다"며 당시 출동 경찰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B씨가 A씨에게 손을 뻗었을 뿐,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고 A씨가 B씨 목을 손으로 가격해 방어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B씨의 욕설은 인정하지만 경찰이 신분증 확인으로 인근 주민임을 아는 상태여서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인권위가 경찰의 정당한 판단을 오히려 징계 근거로 삼아 위법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공무집행방해죄가 공무원에 대한 폭행을 신체로 한정하지 않아 추상적인 위험도 포함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또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그 직후인 현행범은 누구든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그 필요성은 수사 주체에 재량권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인권침해에 대한 판단과 징계 권고 여부는 인권위 재량이지만, 해당 권고가 B씨 체포의 위법성을 근거로 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들었는데, 자고 있던 장소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어 위험한 곳"이라며 "원고는 B씨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였지만, B씨는 원고 등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욕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B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책임을 묻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일 뿐, B씨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원고의 체포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B씨는 경찰의 조력을 거부하고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시비하던 상태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로서는 당시 체포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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