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세탁기, 계속된 미국의 몽니에도 '굳건'
미국, 재차 자국산 세탁기 보호 조치…현재 최대 관세 40% 부과
삼성·LG, 이미 품질 개선·현지 생산 체제 구축…피해 거의 없을 듯
입력 : 2020-12-14 06:01:31 수정 : 2020-12-14 06:01:3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미국이 기존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카드를 꺼냈지만, 품질 개선과 더불어 현지화 전략에 성공한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상황을 더 좋게 만들려는 시도라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자구책에 가깝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미국 행정부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가전업체가 제품을 크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보거나 그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 제품에 대해 규제를 취하는 조치다. 
 
세계 최대 생활가전 업체 월풀이 2017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세탁기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면서 2018년 2월부터 미국 내 한국산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처음 발효됐다. 내년 2월을 마지막으로 해당 조치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월풀은 세이프가드 연장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ITC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마지막 공은 세이프가드 연장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2월 퇴임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재임 기간 내내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밀고 나간 것을 볼 때 세이프가드 연장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현재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기준으로 수입물량 120만대까지는 16%, 그 이상은 40%의 관세가 각각 매겨진다. ITC는 내년과 2022년 연간 쿼터 물량을 현재처럼 120만대로 동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관세율은 120만대 이내 △4년차 15% △5년차 14%이고 120만대 초과 시 △4년차 35% △5년차 30%다. 
 
ITC가 세이프가드 연장을 권고한 것은 최근 월풀 등 자국 기업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각각 20.7%와 16.7%의 점유율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월풀은 세이프가드를 등에 업고도 16.3%로 3위에 머물렀다. 이는 세이프가드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전자 현지 직원이 지난해 5월 세탁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실제로 지난달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블랙프라이데이 최고의 세탁기·건조기 8개 명단에 LG전자 제품 6개, 삼성전자 제품 1개가 들었을 정도다. LG전자 세탁기는 미국의 상반기 최대 쇼핑 시즌으로 불리는 지난 5월 메모리얼 데이 당시에도 추천 가전으로 뽑히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직접 수입한 제품에만 발동하는 세이프가드를 피해 빠르게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를 앞둔 2018년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는 2018년 8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착공한 뒤 이듬해 5월 준공했다.
 
여러 상황과 맞물려 월풀은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10조1000억원 수준에 그치며 10조5000억원을 넘긴 LG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처지다. 과거 자국 시장을 발판 삼아 세계 생활가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으나 한국 업체의 급성장으로 인해 텃밭이었던 자국에서마저 위기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월풀의 연장 요청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대다수를 이미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세이프가드 연장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며 "세이프가드가 처음 시행되기 이전부터 현지 생산화를 염두에 뒀는데 실제 발동 소식이 알려지며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미엄 제품과 더불어 스마트화를 이룬 국내업체 제품과 달리 월풀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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