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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케이팝과 차별화된 플랫폼 실험…코로나 시대의 인디 음악
코로나 장기화에 실험적 공연 채널 개척하는 인디 레이블
집 문 앞에 ‘음악 상품’ 배달하는 서비스도 나와
2020-12-09 18:27:16 2020-12-09 19:21:2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달 8일 낮 2시경, 서울 성수동 인근 문화복합공간 ‘코사이어티’. 창고를 개조한 공간 벽면 통유리에 햇살이 프리즘처럼 새어들고 있었다.
 
“평소대로 천천히 움직여보세요. 공간의 기를 느끼며. 케이팝 가수처럼 춤을 춰도 좋아요.”
 
드라이아이스로 부연 공기 틈을 비집고 찻잎가지를 흔들던 김담비씨가 말했다. 그는 베를린과 마르세이유,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DJ이자 차 전문가. 관객들이 이 신묘한 ‘티 세레모니’를 펼치는 그를 타원형으로 둥그렇게 둘러쌌다. 인증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서다.
 
아티스트 크루 ‘로파인더스(프로듀서, 디자이너, 비디오 디렉터로 구성)’는 가운데서 샘플러 ‘SP404'를 이용해 실내에 차분하고 신묘한 앰비언트 음악을 깔았다.
 
지난달 8일 2시경, 서울 성수동 인근 문화복합공간 '코사이어티'에서 티 세레모니가 열리기 전 김담비씨가 관객과 함께 여러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날 티 세레모니는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매스사)가 2주에 걸쳐 6일간 진행한 ‘Re-Union’ 행사의 일환.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담아가라”는 취지로 공연과 전시, 티 세레모니 등의 문화 행사를 결합한 시도다. 
 
티 세레모니 후에는 윤새롬 작가의 전시 ‘Crystal Series’가 열리는 공간에서 인디 뮤지션들이 무대를 꾸몄다. 선우정아와 새소년 등 매스사 보유 아티스트부터 아도이, 9와숫자들 등의 비소속 뮤지션까지 요일별 차례로 20~30명 남짓한 관객 앞에 섰다. 라이브는 최근 새롭게 운영 중인 유튜브 ‘캐스퍼라이브’에도 업로드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국내 인디 음악 시장 역시 주류 케이팝에 못지 않은 플랫폼 확장에 나서고 있다. 확장현실(XR) 등 고비용 온라인 플랫폼 개혁에 나서고 있는 대형기획사 만큼 현란하진 않아도 개성이 묻어나는 실험들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8일 2시경, 서울 성수동 인근 문화복합공간 '코사이어티' 한켠에서는 관객들에게 미리 차를 나눠주는 '웰컴 드링크' 시간도 마련됐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매스사는 유튜브 채널 ‘캐스퍼라이브’에 최근 비대면 공연 영상을 기획 제작해 업로드하는 ‘어나더플레이스(AP)’ 카테고리도 열었다. 지난 10월 숲속에서 열린 옥상달빛의 온라인 유료 단독 공연 주요 영상들을 차례로 올리고 있다. 
 
이가영 매스사 팀장은 “지난 3년 간 진행하던 음악 채널 ’캐스퍼라디오‘를 공연 전문 채널로 새롭게 개편한 것”이라며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인디 음악 레이블도 플랫폼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온-오프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 행사를 결합하거나, 뮤지션들이 특별한 공간을 찾아가는 비대면 공연 실험을 지속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홍대 인디 음악 축제 ‘잔다리페스타’는 공연 플랫폼 서비스 ‘프레젠티드 라이브’와 손잡고 50시간 논스톱으로 공연을 상영했다. 세계적으로 음악 페스티벌 ‘종말’인 시대에, 현실에 없을 법한(Unreal) 축제였던 셈. 미리 찍어둔 국내 30팀과 해외 28팀의 라이브 영상을 교차로 배치하고 라이브 토크쇼로 현장감을 살렸다. 축제 기간 홍대 라이즈호텔에 차려진 잔다리페스타 모니터링 본부에서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제이슨 마얄,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프로그래머 파우 크리스토풀 등 해외 공연 관계자들이 네모난 화면에 머리를 맞대고(화상채팅 ‘줌’) 실시간 반응들을 쏟아냈다. 
 
'Fresh Music' 박스에 들어가는 스티커와 꽃, 음반 상품들. 사진/튜나레이블 SNS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기술 등 막대한 비용들이지 않고도 소규모 음악 팬들을 집중 공략해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각종 ‘분투’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연 기획사 튜나레이블은 최근 ‘Fresh Music’이란 명의 신개념 음악 서비스를 기획했다. ‘듣고 보고 읽고 맛보는 음악’이란 모토 아래 신청인들의 집 문 앞에 음악 관련 ‘머천다이즈(MD)’를 배송하는 서비스다. TV나 음원차트 등에서 다루지 않는 ‘신선한 음반’들을 선정하고 콘셉트를 정해 박스 세트를 구성한다. 
 
김호진 대표는 “일명 ‘탑100’ 차트에 노출되지 못하는 음악들을 위주로 선별하며 배달 서비스로 시작해 차츰 SNS 구독 플랫폼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첫 상품은 ‘여행 콘셉트’에 맞춰 4개 음반과 최고은의 여행에세이 등으로 상품을 구성했는데 2차 예약을 준비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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