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민간 공연단체 85곳 "의견 수렴 없는 '공공 공연장' 반대"
입력 : 2020-11-03 11:39:11 수정 : 2020-11-03 14:05: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홍대는 한국 대중음악, 특히 인디음악의 발원지이자 1990년대부터 라이브 공연장과 밴드들이 함께 넝쿨처럼 얽혀온 '문화 생태계'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정부의 집중적이고 강도 높은 운영 규제와 높은 임대료로 문을 닫거나 운영을 중단하는 위기에 처했다. 유명 공연장인 브이홀이 최근 문을 닫았고 상상마당 라이브홀은 운영중단 상태다. 나머지 공연장들도 10% 수준의 가동률로 힘겹게 버티고 있어 정부와 기관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이 시점에 서울시가 최근 170석 규모의 공공 전문 공연장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를 홍대 인근에 4일 개관한다. 이 사업은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이 곳을 활용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개관식을 강행해 주변 민간 공연 단체들이 반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민간 공연장 운영자 85곳은 긴급히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개관식 전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어떠한 과정이나 의견 수렴 없이 개관식을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대에서 25년간 공연장을 운영해 온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서울시가 170석 규모의 공공 전문 공연장을 개관하는것은 더 이상 소상공인들이 홍대에서 공연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공연 분야를 코로나19 특별 지원업종으로 지정해놓고 뒤로는 소상공인들과 경쟁하고 우리를 폐업의 길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연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의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대조되는 행보"라며 "주위의 여론을 들어보고 개관식을 진행하겠다더니 그러지 않았다. 공연장 운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이미 마포구 관내에는 2022년까지 5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건립될 예정임을 알고 있다"며 "여기에 소규모 공연장이 추가로 개관되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 전문 공연장의 싼 대관료와 고급 장비 등이 활성화되면 기존 홍대 인근 민간 공연장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의 박종윤 센터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이 이슈('대관 등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운영 주체' 비율 산정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게 될 지 가이드라인을 낸 것은 없다"며 "다만 생활센터인만큼 악기나 연극, 합창 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 메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밴드의 경우 민간 공연장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민간에 피해가 안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서울시에서 주도하는 일이다 보니 코로나 단계에 맞춰 개관식을 열게 됐다"며 "사전에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관식(4일) 다음날인 5, 6일 정도쯤 서울시 관할 부서(문화정책과 시민문화팀)와 해당 이슈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민간 조직체 간 간담회를 열고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브이홀은 최근 홍대에서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은 홍대 브이홀 공연 모습.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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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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