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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WTO 열세 속 '미 지지 변수'…정부 '고심 중'
자진사퇴 일단 밝히지 않아…득표수 공개 외신 "절차 어겼다" 지적도
2020-10-29 16:49:30 2020-10-29 18:16:5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로 나선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의 강한 지지 표명이 '변수'로 등장했다. 당초 WTO는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더 많이 득표한 응고지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를 추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유 후보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최종 선출을 위한 후속 협상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한국 정부 입장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부 역시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향후 절차에 대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WTO가 최종 선출자를 승인하는 내달 9일까지 한국의 결정과 향후 미국의 대응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전날 밤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득표 수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나이지리아 매체 등 외신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60~70표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정부 예측치를 훌쩍 웃돌며 유 후보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는 표차였다. 
 
변수는 발표 직후 등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식 성명을 내고 유 본부장 지속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대표부는 성명에서 "유 장관은 25년 동안 성공적인 무역 협상가이자 정책 입안자로서 두각을 나타낸 진정한 무역 전문가"라며 "WTO는 중대한 개혁이 절실하고 현장에서 실제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WTO에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행보는 대개 선호도 조사에서 한 쪽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바로 추대하던 기존 관행을 깬 것으로, 외신에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회원국들을 분노하게 만들며 사무총장 선임안에 반대했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거부로 선거가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특히 미국과 함께 WTO 회원국 내 무역 강대국인 유럽연합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중국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미중갈등' 양상으로 치닿는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선호도 조사 결과 이후 최종 선출을 위한 컨센서스 도출 협상이 절차상 있는 데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유 후보가 당장 사퇴 압력을 받을 필요는 없다. 특히 비공식 물밑 협상에 기반하는 후속 협상의 경우 무역 강대국이 입김이 크게 반영되는 만큼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유 후보의 당선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차기 총장 승인을 위한 특별 일반이사회가 개최되는 내달 9일까지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전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 발표를 주무 부처에 맡기면서도 "한 가지는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 WTO 선거 절차상 선호도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나이지리아 후보의 구체적인 득표수가 언급된 일부 보도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특별이사회 등의 공식 절차가 남아 있고 남은 절차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부처가 설명을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으로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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