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농협이 전임 회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직 국회의원 등 농업 관련 고위직 인사들에게 약 10억원의 고문료를 지급하며 과도한 전관예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인사들에게도 돈이 무분별하게 지급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협은 전임 회장을 비롯한 고위직 퇴직자 19명에게 월 200만원에서 최대 월 1000만원에 달하는 고문료를 챙겨줬다. 지급된 고문료는 총 10억500만원 상당이다.
먼저 원모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농협유통 자문위원직을 주고 20개월 동안 월 500만원씩, 총 1억원을 자문료 명목의 보수로 지급했다. 원 전 회장은 농협 자회사를 통해서는 1회 강연료로 100만원을 받았다. 더구나 원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시절 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4년과 1999년 구속된 이력이 있는데도 농협유통은 그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또 전 농림수산부 장관, 전 농협은행장, 전 남평농협 조합장, 전 한국농촌관광대학 학장, 전 별교조합장, 전 농업경제대표 이사, 전 aT센터 식품수출본부 이사, 전 농협중앙회 이사, 전 삼서농협 조합장, 전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전 농협 목우촌 기술 고문, 전 농업통상위원회 위원, 전 부천축산물공판장장, 전 태백시지부 지부장, 전 농협사료 감사실장 등 전직 농협 고위직 인물들이 고문·자문을 명목으로 월 수백만원을 수령했다.
가장 많은 고문료를 받은 사람은 신모 전 농협은행장으로 NH투자증권 고문직을 지내면서 18개월동안 월 10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받았다. 이외에 윤모 전 농림수산부 장관은 고문료로 월 300만원씩 총 7200만원을, 전 지역농협조합장 출신 임원 3명은 총 1억200만원을 지급받았다.
고문단 중에는 농협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민주당 출신의 신모 전 국회의원과 김모 전 화성시 부시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임기 만료 시점인 올해 11월과 내년 8월까지 각각 월 300만원씩 총 3600만원을 받거나 지급이 약속됐다. 이들 고문직에 대해 계열사별로 고문위촉제도가 없지만, 농협은 챙겨야할 퇴직 임원이나 고위직들이 생기면 채용 근거 없이 수시로 고문직과 자문직을 위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농가의 소득은 줄고 농촌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힘이 되어줘야 할 농협이 전직 임원들과 농협과 무관한 인사들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챙겨주기용' 고문료를 지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해당 내용을 내부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에 이와 관련한 부분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농협은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방만경영 지적도 받고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일반직 임직원 2262명 중 86%(1952명), 농협은행 1만2522명 중 54%(6769명)의 연봉이 특별성과급을 포함해 9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5, 6급으로 입사해 4급 이상 차장급만 돼도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회장의 경우 농민신문 회장으로서 받는 연봉까지 합치면 5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는 연간 3억원가량을 수령 중이다. 지난해 공기업의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5433만원이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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