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21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와 관련해 "대기업도 어렵지만 진짜 어려운 건 지역에 있는 중소업체"라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정책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의 매출액 3% 과징금 조항에 대해서는 업계 부담이 과도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대한건설협회는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건설산업 현황과 6대 주요 현안의 추진 실적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 9분기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건설수주는 공공 토목을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회복세가 수도권에 편중돼 지방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큽니다. 8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9134가구로 다시 늘었고,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가구로 3만 가구에 육박합니다. 수도권은 주택시장이 회복 중이지만 지방은 미분양 누적과 수요 약세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6년 상반기 종합건설업 폐업신고는 378건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나타냈습니다.
한 회장은 침체의 무게가 지역 중소업체에 쏠려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회원사가 한때 1만6000~1만7000개였는데 지금은 1만3600개 정도 남았다"며 "상위 5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지역에서 정말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주, 세종을 다녀보면 건물마다 임대 안내가 붙어 있다"며 "어떻게 면허를 반납할까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8조9000억원으로 편성한 데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SOC 예산 증가율(4%)이 총지출 증가율(12.8%)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한 회장은 "고맙지만 주택 착공률도 나아지고 있는데 밑바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그 밑바닥이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자공사 비중 43.7%…적정 공기·공사비부터 확보해야"
협회는 첫 번째 과제로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를 꼽았습니다. 협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준공된 2492개 현장의 적자공사 비중은 43.7%였습니다. 협회는 발주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예정가격을 깎는 관행을 주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공항 공사 13건의 공기는 당초보다 평균 78.8% 늘었습니다. 협회는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 산정 책무와 공기 산정근거 제공 의무를 담은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조속 통과를 추진합니다.
문진석 의원이 두 차례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은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의 3% 이내(상한 10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협회는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3.15%에 불과해 기업 재무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징금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타 법령과의 중복 부과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과징금 부과 조항 삭제도 건의했습니다.
권혁진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 5%까지로 과징금이 정해졌는데 건안법 매출액 3% 부과 법안이 아직도 논의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주택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일한 사망사고에 이중·삼중으로 중복 처벌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업역 개편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권 부회장은 올해 12월 전문공사 참여 제한 유예기간이 끝나면 내년부터 종합·전문건설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전문업계에서 제한 금액을 10억원 또는 무제한으로, 보호 기한을 3년 또는 무제한으로 연장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제출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종합건설업체는 허탈과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약속한 대로, 노사정 합의대로 내년에 공정한 경쟁 체제가 성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의 보완입법도 추진합니다. 협회는 원청이 교섭·파업 부담을 우려해 안전관리를 축소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간공사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과 장기계속공사 추가비용 지급 근거를 담은 국가·지방계약법 개정안도 추진합니다. 서울 월드컵대교는 공기가 5년5개월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사례입니다. 차수 간 공백기 추가비용을 보전하도록 계약예규가 개정됐지만 계약기간 중첩 같은 편법 발주에는 한계가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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