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음주측정 호흡조사 전에 운전자에게 입을 헹구는 물을 주지 않고 측정했다면, 그 측정 결과는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경찰관들이 지난 7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IC) 인근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A(44)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대법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12월 세종시 나성동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로 위에 정차된 차 안에서 시동을 켜둔 채 자고 있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지구대 벤치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자 A씨의 입 근처로 음주측정기 불대를 가져다 댔습니다. 그러자 A씨는 고개를 돌려 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로 측정됐습니다. 면허정지 기준(0.03% 이상~0.08% 미만)을 초과하는 수치였습니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석방되기까지 1시간 동안, A씨에 물을 제공하거나 재측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검사는 A씨가 지난 2019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을 확정받은 전력을 반영해, 음주운전 재범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재범한 경우 가중처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음주 측정 당시 입을 헹구는 물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입안에 잔류 알코올이 남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과하게 측정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음주측정 호흡조사를 실시할 때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수 있도록 음용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경찰이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겁니다.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음주측정 결과를 증거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의 판단은 원심과 반대였습니다. 대법은 "입 헹굼 물 제공 절차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측정 결과는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호흡기 음주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절차는 당초 경찰청 내부지침인 '교통단속 처리지침'에 정한 내용이지만, A씨가 체포되기 약 6개월 전인 2023년 7월부터 행정안전부령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으로 격상됐습니다.
대법은 "'입 헹굼 물 제공 절차'는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라며 "해당 절차를 따르지 않은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